[6·4 지방선거] 與 서울시장 후보 정몽준 선출
“아들 철없는 짓 용서를” 6·4지방선거의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12일 선출된 정몽준 의원이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다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막내아들의 페이스북 발언에 대해 사과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與, ‘본선 경쟁력’ 평가
7선으로 국회 최다선 의원 중 한 명인 정 의원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표를 지냈고 대선에도 두 번 도전한 경험이 있다. 당내에서는 대중성과 인지도를 겸비한 최고의 ‘빅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선 대선 주자로서의 기대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의원은 시장으로 당선될 경우 2017년 차기 대선 불출마를 밝히고 있지만, 현재 당내에 뚜렷한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정권을 유지하려면 대중성을 바탕으로 득표력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정 의원으로서도 2007년 12월 입당한 뒤 6년여 만에 이번 승리로 비주류의 한계를 딛고 일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정 의원은 당내 경선 압승의 여세를 몰아 “반드시 서울을 탈환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곳곳이 험로다. 야권은 그동안 정몽준 후보를 정조준해 ‘재벌 대 서민’ 프레임을 본격 가동할 태세다. 현대중공업 대주주로서 재벌 이미지가 강해 시민단체 운동가로 길을 걸어온 박 시장과 각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 실패도 여권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박 시장 측은 정 의원 아들 발언 논란도 다시 불붙인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국립서울현충원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정 의원은 이번 주에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와 전남 진도 팽목항을 방문할 예정이다. 최대 화두로 떠오른 ‘안전’ 문제를 다루는 데 자신이 적임자임을 과시할 수 있는 공약 발표도 준비 중이다.
○ “박원순, 적합하지 않아”
후보로 확정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필승!’을 외치며 거수경례를 한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 의원은 “서울시장은 큰 규모의 일을 해 본 사람이 해야 한다”면서 “박 시장은 시장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선은 세월호 참사 여파로 비교적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질서 있게 진행됐다. 경선 시작 후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이 진행됐고 유족들을 위한 모금 행사도 열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 시장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쟁력이 있다면….
“박 시장의 경력 대부분은 시민단체인데 남이 하는 일을 감시하고 잔소리하는 것이다. 남이 하는 큰 사업에 대해서 지나친 의심을 하는데 일종의 직업병이 아닐까 생각한다.”
“돈 안 드는 정치와 조용하게 하자는 것은 당연한 말씀이다. 근데 공약을 같이 개발하자고 하는데, 공약이 같으면 선거는 왜 하느냐, 누가 잘생겼나 뽑는 것은 아니지 않나.”
―‘재벌 대 서민’ 구도로 공격을 할 것인데 대안이 있나.
“‘기업에서 성공한 사람은 정치를 하지 말라’는 식의 논리가 된다면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크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본선에서 (현대중공업 주식) 백지신탁 문제가 불거질 것인데….
“시장이 되면 그 심사위에서 심사를 해서 법대로 하면 된다. 어떤 분은 선제적으로 미리 하라고 하는데 절차에 관한 법률이라서 엄격히 보면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시장 당선되면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할 수 있나.
“시장 임기 4년을 열심히 일하면서 재미있게 서울시민들과 함께 임기를 마치겠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