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그룹 엑소. 검은 선글라스를 낀 12명의 사내를 어떻게 구별할까. 23∼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들의 첫 콘서트에 참석할 열성 팬들은 알고 있다. 왼쪽부터 세훈, 수호, 찬열, 카이, 백현, 디오, 레이, 루한, 타오, 시우민, 첸, 크리스라는 걸.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타이틀 곡 ‘중독’은 ‘으르렁’의 이란성쌍둥이로 기획됐다. ‘으르렁’은 B단조, ‘중독’은 F단조로 조성(調性)은 다르지만 멜로디의 뼈대가 겹쳐 있다. 으뜸화음의 1도, (단)3도, (완전)4도, (단)7도에 해당하는 음들이 척추다. ‘으르렁’의 1차 후렴구인 ‘검은 그림자 내 안에 깨어나/널 보는 두 눈에 불꽃이 튄다…’에 해당하는 ‘시-시-레-미-파#-파#-미-레-미-(레-)시’의 ‘상승-하강’식 멜로디는, ‘중독’의 첫 소절인 ‘모든 걸 걸고 널 들이킨 나/이젠 돌이킬 수도 없다’의 음률인 ‘도-시b-라b-시b-파’의 하강 선율로 이어진다. 속편 같다. 절대적 음은 다르지만 상대적인 음의 배치는 비슷하다. ‘으르렁’의 공식을 약간만 비틀어 분위기를 이어간다. ‘중독’의 후렴구인 ‘Someone Call The Doctor 날 붙잡고 말해줘’의 낙차 큰 선율도 ‘척추 음’들 안에서 구성된다.
‘중독’은 SM엔터테인먼트의 막강한 국내외 작곡가 협업 시스템에서 나왔다. 지난해 7월 서울 압구정로 SM 사옥에서 열린 작곡가 캠프에서 한국 작곡가 켄지와 미국의 유명 프로듀서 집단 ‘언더독스’가 함께 만들어냈다. 언더독스는 라이어넬 리치, 저스틴 팀버레이크, 알 켈리, 크리스 브라운의 곡을 만들어왔다. SM 관계자는 “‘늑대와 미녀’와 ‘으르렁’을 통해 팬덤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대세로 평가받은 그룹으로서, 세련된 남성미가 넘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고 전 세계 팬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팝·R&B 장르의 댄스곡을 택했다”고 했다.
‘중독’에 대해 음악 전문가들은 ‘으르렁’엔 못 미치지만 ‘MAMA’ ‘늑대와 미녀’보다는 좋다는 평가를 내놨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으르렁’이 세련되고 깔끔한 엑소 음악의 성취를 이뤄냈다면 ‘중독’은 이런 특기를 다시 한 번 반복한 셈”이라고 했다. 강일권 웹진 ‘리드머’ 편집장은 “‘중독’은 미국 남부 힙합과 결합한 주류 R&B 사운드를 통해 (‘으르렁’에 이어) 다시 한 번 탄탄한 음악을 들려주지만, 후렴구에서 느껴지는 SM 특유의 멜로디 전개가 다소 식상함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대화 평론가는 “‘늑대와 미녀’보다는 리듬감이, ‘으르렁’보다는 대중성이 떨어진다”면서 “장르적 변신을 기대했는데 전작과 너무 비슷한 스타일로 돌아왔다”고 했다.
임희윤 imi@donga.com·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