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완성되는 엑소의 음악
“아이돌 그룹 음악은 음악이 아니야!”
누군가 이렇게 일갈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적어도 ‘박자, 가락, 음성 따위를 갖가지 형식으로 조화하고 결합하여, 목소리나 악기를 통해 사상 또는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란 음악의 정의에는 어긋난다. 악곡과 음표 하나 단위까지 맞물리는 군무(群舞)를 지켜봐야 아이돌 음악의 남은 퍼즐 조각을 맞출 수 있다.
엑소는 남은 조각이 더 큰 축에 속한다. 엑소의 안무가 업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늑대와 미녀’ 때부터다. 열두 명의 몸과 팔이 나무 한 그루를 만들어내는 ‘생명의 나무’ 콘셉트는 마이클 잭슨,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춤을 만든 미국 안무가 토니 테스타의 작품이었다. ‘중독’에서 엑소는 ‘관념적 안무’ 제작의 천재로 불리는 테스타를 또 한 번 불러들였다. 힙합을 기반으로 6 대 6 패싸움의 느낌을 살린 ‘으르렁’의 안무는 미 안무가 닉 베스가 만든 것이었다.
‘중독’에서도 테스타의 장기가 드러난다. 이번 안무에서는 카메라의 복잡한 앵글을 활용하되 그것을 빠르게 넘나드는 동선 구성이 특이하다. ‘강남스타일’ ‘젠틀맨’(싸이)의 안무로 유명한 이주선 안무가는 “도미노 안무 같은 특이한 연출을 많이 썼다. 신나고 힘차며 특이한 구성을 보인 ‘으르렁’이 10점 만점, ‘늑대와 미녀’가 8점이라면 ‘중독’은 9점 정도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미노 안무는 멤버들이 직렬로 늘어서 앞 사람이 한 동작을 시간차를 두고 차례로 따라하는 식의 춤을 말한다. ‘중독’ 안무의 단점으로는 쉽게 따라 추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걸그룹 안무를 주로 구성해 온 한 안무가는 “멤버들이 좌우로 이동하거나 화면 앵글에서 빠지는 부분에서 흔히 보는 ‘칼 군무’보다 개방감이 크게 느껴진다. 특정 위치에서 어떤 멤버가 나오겠다는 예측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으르렁’에 비해 업그레이드됐다. 10점 만점에 9점”이라고 평가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