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 전문가가 답한다 유방암 10년새 2배 이상 증가, 30, 40% 정도가 재발·전이 최근 부작용 적은 약재 개발돼… 환자 몸 상태 맞춰 선택 치료
크리스 트웰브 영국 리즈암연구센터 박사(왼쪽)와 임석아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교수(오른쪽)는 “환자상태를 고려한 적극적인 치료법을 병행하면 유방암 치료 예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철의 사진 작가 soundrawing@naver.com
본보는 지난달 25일 영국 리즈암 연구센터의 임상 암 약리학 및 종양학 박사 크리스 트웰브 교수, 대한암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임석아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인터뷰를 갖고 유방암 치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이들은 “환자 상태를 고려한 적극적인 치료법을 병행하면 치료 예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두 교수와의 일문일답.
―국내외 유방암이 가지는 특징은 무엇인가.
▽임석아 교수=한국에서도 유방암은 여성에게 발생하는 전체 암 가운데 갑상샘(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암이다. 특히 국내에선 한참 왕성하게 활동할 40∼50대 젊은 환자가 많다. 전체 유방암 발병률은 10만 명당 66명으로 서구의 반 정도지만, 40∼50대 분포는 서구와 거의 유사한 정도다. 조기 진단이 늘고 항암 치료가 발생하면서 생존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30∼40% 정도가 전이나 재발로 이어지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 생존 확률은 어느 정도인가.
▽임 교수=유방암 재발은 크게 유방 내부나 주위에 발생하는 국소 재발과 폐, 간, 뼈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원격 전이성 재발로 나뉜다. 대부분 원격 전이로 재발하는 편이다. 국소 재발할 땐 완치될 확률이 높지만 전이가 되면 위험할 수 있다. 재발 케이스는 10년 전 2기로 진단받고 아무 일 없다가 몇십 년 후 재발하는 경우, 3기 유방암 환자들이 수술 후 2∼3년 뒤 재발 또는 전이가 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실제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오랜 기간 생존이 가능하다. 1950년대엔 치료 항암제가 5개 미만일 정도로 적었지만 최근엔 효과가 좋은 치료제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생존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이나 재발 후 평균 생존기간이 예전에는 6개월∼1년 정도였지만 지금은 2∼3년 정도로 향상됐다. 순차적으로 치료하면 생존 기간을 3∼5년, 길게는 7∼10년까지도 연장시킬 수 있다.
―항암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받으면 전이성 유방암 예후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트웰브 교수=항암치료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암이라는 병 자체로 인해서도 삶의 질이 굉장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항암치료를 통해 증상을 호전할 수 있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권한다. 최근에는 ‘에리불린 메실산염’처럼 부작용은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 치료제들이 많다. 다양한 치료제들이 개발돼 환자의 질환 유형, 상태, 암 종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이 많아졌다.
―다양한 치료제가 출시되고 있다고 했는데, 치료 옵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임 교수=독소루비신이나 도세탁셀 같은 약은 부작용이 심하지만 수술 전 암의 크기를 줄이기 위한 치료에 효과적이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 갑자기 원격전이가 되는 등 상태가 악화되었을 땐 이같이 강도 높은 치료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을 땐 카페시타빈, 젬시타빈, 파클리탁셀, 이번에 새로 출시된 에리불린 메실산염 등과 같은 치료제를 사용한다. 특히 에리불린 메실산염은 탈모도 거의 일어나지 않고 효과도 좋아 겉보기에 항암치료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사회생활도 평상시처럼 할 수 있다. 카페시타빈은 입이 헐거나 손발이 트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환자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며 사용한다. 젬시타빈 같은 치료제도 탁솔이나 독소루비신만큼 부작용이 크지 않아 병의 진행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택하도록 한다.
▽트웰브 교수=다양한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건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유방암 환자들에게 굉장히 희망이 되는 일이다. 임 교수께서 말씀하신 치료제 중 상위 4개를 꼽아보자면 에피루비신과 같은 안트라사이클린 제제, 파클리탁셀 같은 탁솔 제제, 카페시타빈, 에리불린 메실산염을 들 수 있다. 항암요법을 병행하며 활발하게 생활하는 환자가 많아진다는 건 의료진으로서 더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