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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속속 개발… 생존율 크게 높아져

입력 | 2014-05-14 03:00:00

유방암 치료, 전문가가 답한다
유방암 10년새 2배 이상 증가, 30, 40% 정도가 재발·전이
최근 부작용 적은 약재 개발돼… 환자 몸 상태 맞춰 선택 치료




크리스 트웰브 영국 리즈암연구센터 박사(왼쪽)와 임석아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교수(오른쪽)는 “환자상태를 고려한 적극적인 치료법을 병행하면 유방암 치료 예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철의 사진 작가 soundrawing@naver.com

국내 유방암 환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유방암 발생률은 2001년 7165명에서 2011년 1만6015명으로 10년 사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유방암은 특히 재발이나 전이가 잘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암으로 꼽힌다.

본보는 지난달 25일 영국 리즈암 연구센터의 임상 암 약리학 및 종양학 박사 크리스 트웰브 교수, 대한암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임석아 서울대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인터뷰를 갖고 유방암 치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이들은 “환자 상태를 고려한 적극적인 치료법을 병행하면 치료 예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두 교수와의 일문일답.

―국내외 유방암이 가지는 특징은 무엇인가.

▽크리스 트웰브 교수=유방암은 선진국형 질병으로 미국에서 가장 흔한 암이다. 여성 8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영국에서도 매해 유방암으로 새로이 진단받는 여성이 6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유방암 환자의 3분의 1가량은 재발 또는 전이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석아 교수=한국에서도 유방암은 여성에게 발생하는 전체 암 가운데 갑상샘(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암이다. 특히 국내에선 한참 왕성하게 활동할 40∼50대 젊은 환자가 많다. 전체 유방암 발병률은 10만 명당 66명으로 서구의 반 정도지만, 40∼50대 분포는 서구와 거의 유사한 정도다. 조기 진단이 늘고 항암 치료가 발생하면서 생존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30∼40% 정도가 전이나 재발로 이어지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 생존 확률은 어느 정도인가.


▽임 교수=유방암 재발은 크게 유방 내부나 주위에 발생하는 국소 재발과 폐, 간, 뼈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원격 전이성 재발로 나뉜다. 대부분 원격 전이로 재발하는 편이다. 국소 재발할 땐 완치될 확률이 높지만 전이가 되면 위험할 수 있다. 재발 케이스는 10년 전 2기로 진단받고 아무 일 없다가 몇십 년 후 재발하는 경우, 3기 유방암 환자들이 수술 후 2∼3년 뒤 재발 또는 전이가 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실제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오랜 기간 생존이 가능하다. 1950년대엔 치료 항암제가 5개 미만일 정도로 적었지만 최근엔 효과가 좋은 치료제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생존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이나 재발 후 평균 생존기간이 예전에는 6개월∼1년 정도였지만 지금은 2∼3년 정도로 향상됐다. 순차적으로 치료하면 생존 기간을 3∼5년, 길게는 7∼10년까지도 연장시킬 수 있다.

―항암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받으면 전이성 유방암 예후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트웰브 교수=항암치료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암이라는 병 자체로 인해서도 삶의 질이 굉장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항암치료를 통해 증상을 호전할 수 있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권한다. 최근에는 ‘에리불린 메실산염’처럼 부작용은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 치료제들이 많다. 다양한 치료제들이 개발돼 환자의 질환 유형, 상태, 암 종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이 많아졌다.

▽임 교수=트웰브 교수 말처럼 암 자체로 인한 삶의 질이 저하되는 측면은 무시할 수 없다. 환자에 따라 질병 상태가 위중하면 부작용이 있더라도 치료 효과가 빠르고 강한 약제가 더 좋을 수 있다. 환자 본인이 치료 과정에서 부담스럽다고 느끼면 담당의사와 상의해 치료제를 잠시 중단하는 등 상태에 따라 잘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치료제가 출시되고 있다고 했는데, 치료 옵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임 교수=독소루비신이나 도세탁셀 같은 약은 부작용이 심하지만 수술 전 암의 크기를 줄이기 위한 치료에 효과적이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 갑자기 원격전이가 되는 등 상태가 악화되었을 땐 이같이 강도 높은 치료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을 땐 카페시타빈, 젬시타빈, 파클리탁셀, 이번에 새로 출시된 에리불린 메실산염 등과 같은 치료제를 사용한다. 특히 에리불린 메실산염은 탈모도 거의 일어나지 않고 효과도 좋아 겉보기에 항암치료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사회생활도 평상시처럼 할 수 있다. 카페시타빈은 입이 헐거나 손발이 트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환자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며 사용한다. 젬시타빈 같은 치료제도 탁솔이나 독소루비신만큼 부작용이 크지 않아 병의 진행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택하도록 한다.

▽트웰브 교수=다양한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건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유방암 환자들에게 굉장히 희망이 되는 일이다. 임 교수께서 말씀하신 치료제 중 상위 4개를 꼽아보자면 에피루비신과 같은 안트라사이클린 제제, 파클리탁셀 같은 탁솔 제제, 카페시타빈, 에리불린 메실산염을 들 수 있다. 항암요법을 병행하며 활발하게 생활하는 환자가 많아진다는 건 의료진으로서 더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