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도 배우고 반항심도 생기는 초중학교 시절을 “몽골의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순수한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는 악동뮤지션에게 ‘무공해음악’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물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순수함을 잃지 않고, 위안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어쿠스틱 남매듀오 악동뮤지션 유기농 힐링음악 ‘PLAY’
연예인이 되고 달라진 점?
수현 “TV화면 보고 나도모르게 다이어트”
찬혁 “렌즈 없는 안경 이제 없으면 안돼요”
첫 앨범, 어색하고 부족한 면도 많지만
첫 마음만은 있는 그대로 담았어요∼
초등학교 6학년, 3학년 때 선교사 부모를 따라 몽골로 간 남매는 5년 동안 현지에서 살았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부모의 교육과 인터넷 강의 등으로 ‘홈 스쿨링’을 한 탓에 친구는 많지 않았다. 남매는 서로에게 외로움을 이겨내게 해준 가장 좋은 친구였다.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걸 힘들어하는 남매에게 억압보다는 ‘하고 싶은 대로 놀아보라’고 한 부모는 이들이 “기타치고 축구하며 마음껏 놀면서” 아름다운 감성을 갖게 해줬다. 오빠는 몽골의 초원과 자연을 보면서 ‘마음 가는대로’ 음악을 만들었고, 동생도 꾸밈없이 노래하면서 자연스레 예쁜 목소리를 다듬게 됐다. 양념 없는 ‘유기농 힐링 음악’의 남매듀오 악동뮤지션은 그렇게 태어났다.
이찬혁(18)·수현(15) 남매의 악동뮤지션은 작년 SBS ‘K팝 스타’ 시즌2에서 우승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자신들만의 고유한 색깔, 정식으로 음악교육을 받지 않은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스스로도 “또래 친구들이 공부할 시간에 우린 딴 짓을 했다. 한국에 살면서 학원 다니고 음악도 학원에서 배웠다면 지금의 음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이 ‘K팝 스타2’ 경연 중 선보인 자작곡 ‘다리 꼬지마’ ‘매력 있어’, 우승 후 발표한 싱글 ‘콩떡빙수’는 모두 국내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4월7일 발표한 첫 정규앨범 ‘플레이’는 타이틀곡 ‘200%’를 비롯해 수록곡 대부분이 10위권에 진입했다.
“바람은 있었지만,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감사했다. 기념으로 부모님과 소고기 사먹었다.”
“만들어 내고 보니까 부족하고 어색한 부분이 많지만 만족한다. 첫 마음만은 잘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악동뮤지션.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악동뮤지션은 첫 앨범이 나오고 음악방송에 출연하면서 가수가 됐다는 실감을 처음 했다고 한다. 서울 마포구의 동네 어른들도 ‘어이, 악동!’ 하고 알은체를 할 정도다.
“모든 게 신기하다. 다른 가수들 보니 눈에서 빛이 나고, 샤방샤방하고…. 우리도 방송용 의상을 입으면서 멋있게 변신했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다른 가수들 보니 더 멋지더라. 그래서 연예인인가보다.”
‘순수한 영혼’인 이들에게도 ‘연예인’이 되고 달라진 점이 있다. 이수현은 소속사에서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실제보다 더 통통하게 나오는 TV화면과 다른 걸그룹 멤버들의 자극으로” 살을 빼게 됐고, 지금은 ‘연예인 표준’에 맞추는 수준이 됐다. 이찬혁은 ‘K팝 스타2’에서 박진영의 권유로 쓴 ‘렌즈 없는 안경’이 이제 자신의 일부가 됐다.
“앞으로도 순수함으로 노래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 음악이 힐링이 된다면, 사람의 모든 감정에 다 어울리는 친구 같은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다.”
‘악동뮤지션’ 하면 ‘동네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그렇지만 촌스럽지만은 않은 친근한 동네 아이들’ 같은 이미지를 갖고 싶다는 이들은 한국에 와서도 홈 스쿨링을 계속하고 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