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강민호(오른쪽)가 13일 잠실 LG전에 앞서 LG 새 사령탑이 된 스승 양상문 감독을 반기고 있다. 양 감독도 살가운 제자 강민호를 안으며 반가워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hong927
달콤한 백허그에 ‘사제의 정’이 담뿍 녹아들었다.
양상문 LG 신임 감독이 공식 취임한 13일 잠실구장. 양 감독은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가진 뒤, 필드를 오가며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놓치지 않고 바라봤다. LG 덕아웃을 향해 있던 그 순간. 덩치 큰 선수가 양 감독을 습격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뒤에서 끌어안은 그 사내는 쉬이 양 감독을 놓아주지 않았다. 체구가 작은 양 감독은 그의 품에 쏙 빨려 들어가며 연인의 그것과 같은 야릇한(?) 장면을 연출했다.
기습 포옹의 주인공은 롯데 포수 강민호였다. 양 감독은 곧장 돌아서서 강민호를 확인했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둘은 다시 한번 힘차게 끌어안았다. 지긋이 웃은 강민호는 양 감독을 향해 넙죽 큰절부터 올렸다. 밝게 웃으며 장난치는 모습이 더 없이 살가울 수 없었다. 강민호는 양 감독의 LG 모자를 벗겨 자신의 롯데 모자를 씌우는 장난(?)도 서슴없었다.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양 감독은 데뷔전에서 롯데를 만나자 ‘묘한 인연’이라고 했다. 그는 “강민호가 옛 스승을 생각해서 3일간 얌전히 있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농담도 건넸다.
이뿐만 아니다. 롯데의 선발투수는 2007년 LG 투수코치 시절 외국인투수로 뽑았던 크리스 옥스프링이었다. 옥스프링도 양 감독을 찾아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3연전의 마지막 선발투수는 장원준이 예정돼 있다. 장원준도 2004년 롯데에 입단해 첫 해부터 1군무대에 꾸준히 오르내리며 최고투수로 성장했다. 양 감독의 아이들은 훌쩍 자라 이젠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양 감독은 흐뭇한 눈길로 이들을 바라봤다.
잠실|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