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유병언 일가 수사] 法집행 거부하는 유씨 일가
20:02 특별수사팀 “아무도 없네” 대균 씨 집에 강제 진입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건물 내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대균 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고 철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유병언 세모왕국(王國)’이 검찰 수사에 완강하게 저항하면서 양측 간 대립이 첨예해지고 있다. 검찰은 13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에게 16일 출석할 것을 통보하고, 잠적한 장남 대균 씨(44) 체포를 위해 일가 자택에 강제 진입하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총본산인 금수원에는 신도들이 속속 집결해 검찰 진입을 막는 등 결전 태세를 갖췄다.
18:15 8시간 기다리다 대문 넘어 문열어 8시간 넘게 대답을 기다리던 검찰은 결국 대균 씨 자택에 대한 강제 진입에 나섰다. 119 대원이 문을 열기 위해 대문을 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은 이날 오전부터 체포영장을 들고 정문 초인종을 눌렀으나 응답이 없었고 마당에 있던 개 3, 4마리가 짖는 소리만 돌아왔다. 정문은 물론이고 베란다 창문까지 굳게 닫혀 있었고 폐쇄회로(CC)TV만 검찰과 취재진의 행동을 지켜볼 뿐이었다.
20:02 특별수사팀 “아무도 없네” 대균 씨 집에 강제 진입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건물 내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대균 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고 철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구원파 신도들 “유혈사태 초래 시 검찰 책임”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금수원에 은신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강제 진입에도 대비하고 있다. 금수원이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이 된 만큼 강제 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신도들의 행태에 비춰 불미스러운 충돌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신도들은 종종 “십만 성도 순교도 불사한다” “검찰총장 사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오후 6시 무렵 정문 앞에 모인 신도는 200여 명에 달했다. 한 신도는 “여름에 전 세계 수만 명의 구원파 신도가 한국에 모이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금수원 신도 상당수가 유도와 태권도를 익혔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균 씨 측근 A 씨는 “대균 씨가 엄청난 악력의 소유자이며 신도 500∼600명과 함께 국내외에서 유도를 즐겼다”고 말했다. 12일 정순신 인천지검 특수부장이 금수원을 찾았을 때도 무술 실력이 우수한 검찰 수사관이 동행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 유대균 “우리 집안이 전쟁 치렀던 적 있다”
잠적한 유 전 회장 일가의 속내는 대균 씨가 A 씨에게 한 말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대균 씨는 A 씨에게 32명이 집단 변사한 ‘오대양사건’과 관련해 1991년 검찰 수사를 받았던 것에 대해 “우리 집안이 전쟁을 치렀던 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 역시 ‘전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번 검찰 수사로 일시적으로 타격을 입겠지만 유 전 회장 일가 등 핵심을 잘 보존하면 금세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대한민국 전체를 적(敵)으로 삼지 않을 생각이라면 16일 출석할 것으로 본다”며 전방위 압박전략이 먹혀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안성=박희창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