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방선거 후보 인터뷰/서울시장]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 박원순 새정치聯 후보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북도지사 후보를 선출함에 따라 6·4지방선거 광역단체장 17곳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최대 승부처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다. 동아일보는 수도권 세 곳의 여야 광역단체장 후보와 긴급 인터뷰를 갖고 선거 전략과 판세를 조망해본다. 서울시장 후보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현 시장을 시작으로 경기, 인천 순서로 게재한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신축 공사현장을 방문해 종합방재센터를 살펴보고 있다. 박 시장은 “고층건물은 2중, 3중의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뉴시스
전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국민 미개’라는 글을 올린 막내아들에 대한 용서를 구하며 울음을 터뜨린 것이 연출 아니냐는 질문에는 “내가 무슨 영화배우도 아니고…”라며 진정성 있는 사죄임을 강조했다.
“서울시민들께서 현명한 선택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다. 2년 전 박근혜 대통령도 서울시에서는 졌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정부여당이 더 어려움에 처해서 상당히 어려운 선거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책임감을 느낀다. 열심히 하면 이길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 선거 전략이 있는가.
“이런 큰 비극 앞에 대책이라는 말은 맞지가 않는다. 여당에 책임이 있고 우리가 감수해야 한다. 이번에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을 한마디로 평가해 달라.
―박 시장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몇 초간 머뭇거린 뒤) 좋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녔고, 사법시험도 했다. 그런데 이분은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고 좋은 나라다. 산업화와 민주화 등 업적에 자부심을 느끼자’고 얘기하는 것을 별로 못 들어봤다.”
―박 시장은 ‘정 의원의 공약이 1970년대 낡은 개발 방식에서 못 벗어난다’고 했는데….
“이해가 안 된다. 시민들은 대부분 재건축과 재개발을 해달라고 한다. 하는 쪽에 비중을 둬야 하는 게 아닌가. 10년 뒤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가 되는데 주택과 교통에 대해선 장기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금 해도 늦는다.”
“정말 관대하게 봐서 (사업승인을 하는) 도장을 봐서 맥시멈(최대치)으로 해도 2만3000호다. 8만 호는 이해가 안 된다. 통계를 보면 24년간 임대주택은 20만 호밖에 못했다.”
―박 시장은 네거티브 없는 선거전을 제안했다.
“아휴, 미안하지만 위선적이라고 생각한다. 3년 전에 (한나라당 소속) 나경원 후보가 1억 원 피부과를 다닌다고 그러면서, 본인이 덕을 봤다. 거기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 3년밖에 안 지났는데 자기가 (네거티브 하지 말자고) 제안한 것은 적반하장이고 위선적이라고 생각한다.”
―정 의원의 핵심 공약은 무엇인가.
“재건축과 재개발 등의 사업을 열심히 하겠다. 노인 요양시설과 어린이집 등도 많이 하겠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텐데….
“공직은 죽음과 같다. 찾아올 때 피하려고 하면 어리석고, 평상시에 그걸 감투라고 따라다니는 것도 어리석다. 중요한 것은 내가 최선을 다하느냐, 안 하느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신축 공사현장을 방문해 종합방재센터를 살펴보고 있다. 박 시장은 “고층건물은 2중, 3중의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뉴시스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7선 국회의원으로 국정을 25년간 챙겨봤으니 경륜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공약이나 요새 하는 걸 보면 1970년대의 굉장히 낡은 개발 방식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나고 있다. 한강에 큰 유람선 띄워서 중국 칭다오까지 가게 하겠다고 한다든지…. 정 후보는 ‘잠자는 서울을 깨우겠다’고 하던데, 옛날식 전시성 공사를 활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청계천이나 ‘한강 르네상스’보다는 국제경쟁력 6위 도시, 회의 하기 가장 좋은 도시 1위 등 이런 것이 도시의 미래를 훨씬 성장시킨다.”
―정 후보는 ‘박 시장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한다’고 했는데….
“서울시정은 백화점 같다. 중앙정부는 큰 정책만 결정하면 되지만 모든 집행은 서울시가 한다. 시민의 삶, 모든 것을 다룬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는지.”
―임기 중 잘한 일, 잘못한 일을 세 가지씩 꼽는다면….
“세 가지만 얘기해야 하나.(웃음) 잘한 일은 채무 3조2000억여 원 감축, 공공임대주택 8만 채 건설 추가 달성, 서울시 전체 예산 중 복지예산 비율을 26%에서 32%로 끌어올린 것이다. 잘못한 일은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다. 뼈아프게 생각한다.”
―잘못한 일은 하나밖에 없나.
“음…. 서울시 공무원들을 너무 힘들게 했다. 일을 너무 시켰다.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쑥스러운데…. 경청과 소통, 공감과 위로가 지금의 화두다. 시민의 말을 경청하며, 함께 해결 방법을 찾고 미래를 만드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약점은 너무 부지런한 것이다. 여유도 갖고 길게 봐야 하는데 아주 작은 데서 중요한 걸 찾는다. 또 너무 꼼꼼하다. 사람들은 ‘큰 것을 보라’고 하는데, 고칠 생각이 없다.”
―재선에 성공한다면 어떤 서울시를 만들겠는가.
“삶의 질이 높고, 시민들이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서울, 안심할 수 있는 서울이다. 서울은 성장과 복지가 상생할 수 있는 도시다.”
―‘박원순의 브랜드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시장이 하나에만 올인(다걸기)하면 다른 시정은 게을리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심야버스 운행이나 마을공동체 사업은 지역 풀뿌리 단위에선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었다. 이것이 ‘시민표’ 시정이자 제 브랜드다.”
―재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아니다. 굉장히 힘든 선거가 될 것이다. 민심은 늘 변하고, 서울시장 선거는 늘 ‘50 대 50’에서 어느 쪽이 몇 %를 더 갖느냐의 싸움이다. 정 후보는 막강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천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천 잡음은 새누리당에도 있다. 그러나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하고 말끔하게 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지원 유세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나.
“당 대표니까 일정한 역할은 당연히 하실 것이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