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경쟁력이다] 글로벌기업들 안전경영 체질화… 구미 불산누출 기업 수십억 배상訴 한번의 사고로 회사 존립까지 위태… 산재 근로손실일, 노사분규의 58배
사고 이후 휴브글로벌 구미공장은 문을 닫았다. 휴브글로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이 746억 원인 이 회사는 사고에 따른 보상비용을 마련하느라 42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 회사는 구미시와 수십억 원대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휴브글로벌 측은 감사보고서에서 “회사의 존속 여부는 구상금 청구소송 금액과 재판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혔다. 한 번의 안전사고로 회사 존립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 일자리 48만 개를 만들 수 있는 비용이 날아가
안전사고는 피해를 본 근로자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에까지 상당한 타격을 입힌다. 지난해 3월 대림산업 여수공장 폭발사고로 근로자 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한국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이 사고로 대림산업은 피해보상 등 직접손실과 생산차질 등 간접손실을 합해 1055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대림산업 제조부문(화학·시멘트 등) 영업이익 1271억 원의 83%에 이르는 금액이다.
안전사고는 기업 이미지에도 손상을 입힌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단 한 번의 안전사고로도 기업은 그동안 쌓아왔던 소비자의 신뢰와 기업 이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로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해마다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9만1824명이 산업재해를 당했다. 이 중 1929명이 사망했다. 하루 평균 250여 명이 산업재해로 부상을 입고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업재해로 인한 근로손실 일수는 2012년 기준 5452만 일로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2012년 기준 93만3000일)의 58배다.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은 19조2546억 원(2012년 기준)에 이른다. 연봉 4000만 원을 받는 근로자 48만 명을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 안전을 경쟁력으로 보는 글로벌 기업
듀폰은 1900년대 초부터 쌓아온 안전관리 노하우를 1970년대 사업화했다. 안전에 대한 기업 이미지와 그동안 개발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비즈니스로 발전시킨 것이다. 듀폰 안전보호사업부가 사업장의 안전을 위해 제작한 각종 안전장비를 판매하고 안전관리 컨설팅을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액만 지난해 38억8400만 달러(약 4조 원)에 이른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엑센츄어코리아 고광범 전무는 “글로벌 기업들은 안전관리를 실적과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로 접근한다”며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안전 관련 법규 이행 문제로만 생각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박진우 pjw@donga.com·황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