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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켓 뷰]영국의 ‘태양광 드림’ 서서히 결실

입력 | 2014-05-15 03:00:00

공립학교에 태양광 발전 설비… 운영비 전액 정부에서 지원
학생에 자연스레 환경교육하고… 절전 자금은 시설-교재 개선 사용
개인들 대상 투자상품도 나와… 20년에 걸친 장기 고정수익 보장




영국 남부지역 들판에 건설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와 스코틀랜드 지역 풍력발전소의 모습. 강력한 환경개선정책을 추진해 온 영국 정부는 최근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제공

최요순·우리투자증권 런던현지법인장

4월 둘째 주, 런던 하늘이 사하라 사막에서 날아든 미세먼지와 배기가스로 뿌옇게 뒤덮였다. 아침마다 조깅을 즐기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하루 일과의 시작을 사무실 업무 챙기기로 바꿨다. 몸살감기 및 호흡기 질환 환자가 35% 급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부 학교는 학생들의 야외 체육활동 계획을 취소했다. 가랑비 정도는 맞으며 다녔던 영국 신사들도 우산을 꺼내 들었다. 영국의 신문, 방송의 헤드라인은 오랜만에 뿌옇게 뒤덮인 런던 하늘을 보도하는 내용으로 뒤덮였다.

산업혁명의 발생지 런던은 도시를 둘러싼 매연 때문에 ‘런던 포그(안개)’인지 ‘런던 스모그’인지 구분이 안 간다는 불평을 들었던 도시다. 하지만 오늘날 런던은 이런 오명에서 벗어난 지 오래되었다. 오히려 도시 규모에 비해 맑은 공기와 넓은 녹지대를 자랑으로 삼고 있다. ‘환경식품농산부’라는 정부 부처가 한몫을 했다고 한다. 환경이 깨끗해야 먹을거리도 신선해지고 농부들의 삶도 윤택해진다는 의도에서 만든 부처다. 정부가 나서고 시민들이 협조하고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이를 장려하는 정책을 펴자 덩달아 환경 유관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20 대 20 대 20이라는, EU가 결의한 약속이 있다.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고 △열효율을 20% 향상시키자는 결의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세계 전력수요가 2배 이상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면서 환경까지 챙기려면 태양광, 풍력발전사업을 정부가 권장하지 않을 수 없다.

에드 데이비 영국 에너지·기후변화부 장관은 최근 정부 소유 건물, 특히 공립학교에 태양 에너지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국 250개 공립학교를 대상으로 작업을 시작했고 이달 말까지 19개 학교에 우선적으로 설치를 완료했다. 학교 측은 설비비용과 추가운영비 일체를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그러면서 전기 요금도 30% 이상 감축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에게 환경·재생 에너지에 대한 교육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고, 절약된 자금은 학교 교재 등에 더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 이 같은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한 것이 모든 태양광 에너지사업에 부여하는 정부 보조금이다.

태양광 에너지사업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 매력으로 부각되면서 한 금융회사는 개인투자자들이 이 같은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적게는 원화로 1만 원에 해당하는 소액도 투자자금으로 받고 투자자에게는 20년에 걸친 장기 고정 수익을 약속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셸(Shell)이라는 거대 에너지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이 태양광 산업을 적극 지원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석유광물부 장관이 “석유·가스가 고갈되지 않더라도 더 쾌적한 에너지를 찾아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하며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장려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대의 조력 발전소를 보유하고 글로벌 녹색 성장 기구를 한국 주도하에 출범시키는 등 대체 에너지 강국이다.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최요순·우리투자증권 런던현지법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