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새삼 이 단어를 떠올린 것은 물론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사바사바’는 ‘뒷거래를 통하여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잇속에 눈이 먼 해운회사와 그런 회사를 감싸온 감독기관의 ‘사바사바’도 이번 참사의 원인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사바사바’는 속어이긴 하지만 1999년에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랐다. 그즈음에 더이상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쓰였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비슷한 의미의 글말 ‘짬짜미’도 꽤 쓰고 있지만 입말에서는 ‘사바사바’도 적잖이 오르내린다.
다음 설은 속세를 뜻하는 불교 용어 ‘사바(娑婆)’에서 왔다는 주장이다. 사바세계의 무질서와 추태, 옳지 못한 수단과 방법을 ‘사바사바’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또 있다. 우리의 고수레처럼 밥을 먹기 전에 아귀(餓鬼)에게 한술 떠주는 밥, 즉 뒤탈을 없애기 위한 밥을 가리키는 일본어 사바(散飯·生飯)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다(장승욱·우리말은 재미있다).
‘사바사바’가 어디서 왔든 무슨 상관이랴. 문제는 ‘사바사바’는 없어져야 하는 검은 관행이라는 것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피아’들의 천국이다. 정부는 뒷구멍에서 사바사바해 누이 좋고 매부 좋다며,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제 뱃속만 불리는 관리나 기업을 단죄해야 한다. 그게 못다 피고 스러져간 어린 꽃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이번 참사의 교훈이 아니겠는가.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