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단원고 ‘슬픈 스승의 날’ 교감-교사 7명 숨지고 5명 실종… 학생들 납골공원 찾아 편지 남겨 “보고싶다는 말 이렇게 슬플줄은”… 실종교사 가족도 남몰래 눈물 흘려
경기 화성시 효원납골공원에 안치된 안산 단원고 교사의 유골함. 단원고 학생들이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이곳을 방문해 카네이션과 편지를 남겼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스승의 날(15일)을 앞둔 14일, 경기 화성시 효원납골공원에 안치된 안산 단원고 희생 교사들의 납골함 앞은 학생들이 두고 간 카네이션과 편지로 가득했다. 이곳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교사 6명 중 4명의 유골함이 안치돼 있다.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학생들에게 “기념품 사다준다”며 웃는 얼굴로 제주로 떠났던 스승들은 유골함에 담긴 채 제자들을 맞았다.
교사 4명의 유골함에는 앞서 제자들이 쓴 편지글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내용은 절절했다. “항상 밝고 예쁘셨던 선생님, 하늘나라에서도 예쁘실 거라 믿어요.” “선생님 보고 싶어요. 보고 싶다는 말이 이렇게 슬픈 말인 줄 몰랐어요.” “선생님이 너무 착해서 하느님이 일찍 데려가신 건가요….”
단원고는 아직도 세월호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적막한 분위기였다. 실종 상태로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교사와 학생들이 남아 있어 스승의 날 기념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단원고 인근의 한 문구점 주인은 “어버이날에도 카네이션이 거의 팔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카네이션을 꺼내놓을 수 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교사들의 유족은 사망·실종자 학생들의 가족들 못지않게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제자들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소리 내 울지도 못했다. 숨진 A 교사의 아버지는 “실종된 학생들은 여전히 차가운 바다에 있다. 우리는 시신을 찾았지만 그것조차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제 때 죄스러운 마음에 그토록 좋아했던 학교 교정을 한 바퀴 돌지도 못하고 먼발치로 돌아서 갔다. 학부모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어 반 학생들 빈소도 못 찾아갔다”며 울먹였다.
실종된 단원고 교사 5명은 스승의 날에도 소식이 없다. 15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는 실종 교사 5명의 가족이 머물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자식을 찾지 못해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체육관 앞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실종된 선생님 가족들은 대부분 말이 없다. 실종 학생들을 끝까지 배려하려는 것 같아 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체육관 옆에서 일하고 있는 한 조계종 자원봉사자는 “저희 천막에 하루에 1, 2번씩 한 실종 교사의 아내분이 조용히 혼자 와서 차를 드신다”며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볼 때면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진도=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