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의 영웅’ 찬사 이어져
10개의 유니폼 앞에서… ‘세월호 묵념’ 박지성(33·가운데)이 14일 경기 수원시 박지성유소년축구센터에서 열린 ‘은퇴 및 결혼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부모님과 함께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단상 앞의 유니폼은 박지성이 축구를 시작한 뒤 이날 은퇴하기까지 24년간 활약했던 팀들의 유니폼이다. 수원=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bluemarine007@donga.com
그의 발은 평발이다. 평발은 보통 발보다 쉽게 피로를 느낀다. 경기를 마치고 나면 퉁퉁 붓기도 했다. 20세가 되었을 때 의사로부터 “평발이니 되도록 뛰지 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쉬지 않고 달렸다. 그의 별명은 ‘산소 탱크’ ‘두개의 심장’이었다. 중고교 시절 그의 체격은 왜소했다. 게다가 특별한 장기도 없었다. 대학팀에서도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명지대에 가까스로 입학했다. 그는 “나의 조건은 보잘것없었지만 정신력 하나로 버텼다”고 했다. 이런 정신력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을 했고 이때 길러진 체력이 훗날 그가 대성하는 밑바탕이 됐다. 명지대 시절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과의 평가전에 나섰던 그는 허 감독의 눈에 띄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사실상 그를 발굴한 허 감독은 “축구 지능과 센스가 발달한 선수였다.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고 코칭스태프들에게도 가감 없이 의견을 전달하는 한편 경기장에서는 솔선수범하는, 더이상 바랄 것 없는 선수였다”고 말했다.
휘어진 발로… 박지성은 조금만 뛰어도 쉽게 피로와 통증을 느끼는 평발을 지녔으면서도 누구보다 많이 뛰었다. 거칠어진 그의 발은 그의 성실성과 정신력의 상징이었다. 동아일보DB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아 성실성과 배려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팀의 구심점이 됐다. 그의 은퇴설이 불거질 즈음인 4일 에인트호번의 홈구장 필립스스타디온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44분 박지성이 교체돼 벤치로 들어가자 홈팬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에는 ‘위숭 빠레’가 울려 퍼졌다.
국내 팬들도 14일 그의 은퇴 소식을 듣고 ‘영원한 레전드’ ‘근면 성실함의 대명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일제히 아쉬움과 격려를 표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의 은퇴 소식을 전하며 “아시아의 가장 훌륭한 선수가 떠났다”고 그의 활약에 경의를 표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10개의 유니폼 앞에서… ‘세월호 묵념’ 박지성(33·가운데)이 14일 경기 수원시 박지성유소년축구센터에서 열린 ‘은퇴 및 결혼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부모님과 함께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단상 앞의 유니폼은 박지성이 축구를 시작한 뒤 이날 은퇴하기까지 24년간 활약했던 팀들의 유니폼이다. 수원=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bluemarine007@donga.com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앞으로 박지성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는 말 전해주고 싶다. 본인의 노력도 많았겠지만 국민들의 성원도 많았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국민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한국 축구를 위해 돌려주었으면 좋겠다. 고생 많았다.”
▽손흥민(레버쿠젠)=“너무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 길지는 않았지만 대표팀에서 같이 공을 찰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축구 선수로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향해 가는 것을 응원해주고 싶고 한 명의 팬으로서 아쉬움이 크다.”
▽이청용(볼턴)=“지성이 형의 팬으로서, 후배로서 안타깝다. 지성이 형의 플레이를 더이상 보지 못해서 아쉽다. 대표팀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이 많다.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한다. 지성이 형이 은퇴하기 이른 나이지만 무릎 때문에 은퇴하는 게 안타깝다. 앞으로 지성이 형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하고 싶다.”
▽허정무 월드컵 선수단장(대한축구협회 부회장)=“아쉽다. 2, 3년은 더 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쉽다. 본인의 뜻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업적을 남겼고 많은 수고를 한 것에 대해 아낌없는 박수와 칭찬을 하고 싶다. 앞으로 선수는 아니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서 더 많은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