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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각오로 최고의 연주 들려줄것”

입력 | 2014-05-15 03:00:00

92세 현역 최고령 바이올리니스트 기틀리스 20년만의 내한공연




최고령 현역 바이올리니스트인 이브리 기틀리스(왼쪽)와 한국 민요 ‘아리랑’을 그와 함께 연주할 김아나 양. 센스매니지먼트 제공

“노년에 옛 친구를 20년 만에 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설레겠는가.”

14일 일본 도쿄에서 전화를 받은 세계 최고령 현역 바이올리니스트 이브리 기틀리스(92)는 한껏 밝은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20년 만의 내한공연을 앞둔 그는 “한국 팬들도 나를 많이 기다리느냐”며 궁금해했다.

“‘기틀리스 공연 안 보면 바보’(음악평론가 정만섭 씨 트위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팬들의 기대감이 상당하다”고 답하자 기쁜 목소리로 “정말이냐”고 되묻더니 “마지막 내한공연이 될지 모를 이번 무대에서 최고의 연주를 한국 팬들에게 들려주겠다”고 말했다.

1922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기틀리스는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며 20세기 바이올린계의 대표적 연주자로 꼽혀왔다.

기틀리스는 1부 공연에서 베토벤과 파울 힌데미트의 소나타를 연주한다. 하지만 2부 연주곡은 공연을 10일가량 앞둔 현재까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그는 “2부 공연의 연주곡은 내가 무대에 선 그 순간 즉흥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틀리스의 공연에선 흔한 일이다. 그는 “연주곡은 관객과 연주자가 소통하는 언어인 만큼 관객의 반응에 따라 어울리는 곡을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입장에선 당황스러워 꺼릴 법도 하지만, 이번 공연을 기획한 센스매니지먼트 유정민 대표의 설명은 달랐다. 기틀리스와의 협연을 위해 자신의 공연을 취소하더라도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피아니스트가 상당수였다는 것.

기틀리스는 한국 팬들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그는 “한국인 김아나 양(9)과 함께 클래식 버전으로 편곡된 한국민요 ‘아리랑’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실황 녹음될 예정이다.

기틀리스의 연주는 여전히 날카롭고 힘이 있어 남성적 기백이 넘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92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다. 비결이 무엇일까. 그는 “굳이 비결을 꼽자면 단 한 번도 내 자신이 최고령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바이올린과 열정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만나면 그 선율은 힘이 넘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가 사용하는 바이올린은 171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다. 25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 5만∼12만 원. 02-553-6822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