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한달/안전불감증 여전] 인명구조 ‘골든타임’ 시간싸움인데…
“초 단위 싸움이다.”
응급 상황에서 생존 및 구조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 5분.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이다. 이 시간을 넘기면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구조를 받는 사람의 생존 확률도 급격히 떨어진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골든타임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현장에서 골든타임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13일 오후 7시 59분. 서울 영등포소방서에 마포대교 위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는 남자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골든타임을 적용하면 오후 8시 4분까지 마포대교에 도착해야 하는 상황. 기자가 119구조대의 차량에 동승해 봤다.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영등포소방서에서 영등포역 교차로 방향으로 우회전하기 전 횡단보도. 행인들은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도 태연히 길을 건넜다. 사람들이 모두 길을 건너기를 기다린 시간 18초.
좌회전하자마자 맞닥뜨린 횡단보도도 지나기가 쉽지 않았다. 첫 번째 횡단보도와는 달리 교통경찰관이 교통 통제를 했다. 하지만 행인들은 통제에 따르지 않았다. 오후 8시 2분 22초가 되어서야 구조 차량은 영등포 교차로를 빠져나왔다. 약 347m의 거리를 지나오는 데 3분 19초를 허비했다. 결국 구조대는 출동한 지 8분이 지나서야 마포대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살 기도자가 그냥 자리를 뜬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좁은 골목길 불법주차도 신속한 구조를 방해하는 요소다. 고시원과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인 서울 관악구 신림9동.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난 14일 오전 10시경 주택들 앞뒤 사이에 확보된 폭 약 3.5m의 이면도로에 많은 차들이 주차돼 있었다. 골목길 곳곳은 차가 진입할 수 없는 주차장이 돼 있었다. 불이 났을 때 출동하는 소방 펌프차의 폭이 약 2.5m인 것을 감안하면 평소에도 소방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도로다. 2012년 10월 31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서울극장 뒤편에서 불길이 솟았을 때도 소방관 184명과 차량 54대가 나섰지만 불길은 1시간 반이 지나서야 잡혔다. 식당과 상패 제작·판매소 등 17곳을 태운 뒤였다. 골목길이 좁고 시설물이 많아 소방차들이 제대로 진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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