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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고칠 일도 안 고치는 ‘설마病’

입력 | 2014-05-15 03:00:00

세월호 참사 한달… 안전불감증 여전
119車 출동해도 양보않고 짜증… 상가 휴대용 비상등 처박혀있고
여객선 출항전 안전점검 대충대충… 전문가 “참사 막을 시민의식 절실




소방차 진입 막고… 소화기 숨어 있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안전’이 대한민국의 키워드가 됐지만 우리 일상 속 안전은 여전히 ‘부재중’이다. 서울 시내 한 골목은 차가 빼곡히 서 있어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소방차나 119구급차가 진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왼쪽 사진). 지하상가에 비치된 소화기는 짐 뒤에 꼭꼭 숨어 있다(오른쪽 사진). 백연상 baek@donga.com·박성진 기자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소방서 1층에 “구조대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마포대교 위에서 자살을 기도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상황실에 접수된 직후였다. 지휘차 구급차 공작차(각종 장비를 실은 차량) 등 구조차량 4대에 14명의 대원이 서둘러 탑승했다. 본보 취재팀은 ‘골든타임’(응급상황에서 생존 및 구조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 확인을 위해 119구조대 차량에 동승했다.

화재나 구조와 같은 응급상황 때 골든타임은 5분. 이를 맞추려고 구조차량들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영등포교차로에 이르렀다. 그러나 교차로를 지나던 차량도,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도 그저 흘깃 쳐다볼 뿐이었다. ‘시끄럽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도 많았다. 구조차량들은 결국 8분 만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이세영 소방사(29)는 “사이렌이 시끄럽다는 민원이 정말 많다. 오죽하면 정말 급한 환자가 아닐 경우 사이렌을 끄고 갈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지하상가. 620여 개 점포가 밀집해 있고 하루 유동인구만 30만 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지하상가다. 점포 3, 4곳에 1개꼴로 휴대용 비상조명등을 넣은 철제상자가 비치돼 있다. 조명등은 화재나 붕괴 사고로 정전이 됐을 때 탈출을 위한 ‘생명줄’이다. 그러나 조명등 앞마다 대부분 상품이 진열돼 있어 제대로 찾아볼 수도 없었다. 수도권 광역버스는 여전히 입석 승객들을 가득 태운 채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연안 여객선의 탑승객 확인 절차는 강화됐지만 출항 전 안전 점검은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 그동안 많은 국민이 슬퍼하고 분노했다. 하지만 사고의 원인이 된 ‘빨리빨리’ ‘대충대충’ 문화는 아직 일상에서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2∼14일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대중교통과 다중이용시설 등을 둘러보고 응급출동 과정을 직접 체험하며 취재한 결과다.

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매뉴얼이나 수칙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를 잘 지키려면 반복 교육을 통한 생활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은지 kej09@donga.com·백연상·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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