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경쟁력이다]<2>건설 공정 곳곳이 지뢰밭
철근은 공사단가를 맞추지 못한 하도급업체가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가 낙찰제로 철근공사 하도급을 받은 청화기업은 모아건설에 하도급액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부실시공을 하겠다고 협박했다.
이 사건은 청화기업이 모아건설을 압박하기 위해 지역 언론에 철근누락 사실을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부실시공을 한 청화기업은 사업권을 박탈당했고, 모아건설은 보강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 원가절감에 안전은 뒷전
올 2월 204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강도가 떨어지는 저가 자재를 사용한 것이었다. 시공을 맡은 건설업체가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값싼 시멘트를 사용했고 건축용 널빤지와 받침대를 기준보다 엉성하게 연결했다.
국내 건설산업은 다단계 하도급 생산으로 이뤄진다. 발주자는 원도급사와 계약을 맺고 원도급사는 공종별로 여러 하도급사와 다시 계약을 맺는다. 골조공사, 외장공사, 전기시설 설치 등 분야별 다수의 사업주가 동시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도급사가 하도급사에 낮은 수준의 공사비를 책정하고, 하도급사들은 각자 이윤을 추구하느라 부실시공에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심규범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실장은 “선진국은 다단계 하도급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하도급업체에 실공사비 부담을 지우는 건 한국의 특수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안전관리는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공공기관 예산 절감을 위해 도입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도 이 같은 부실을 부추긴다. 최저가 낙찰제란 시공능력, 기술력, 재무구조 등은 우선순위에서 배제되고 가격 경쟁력만으로 공사를 맡기는 시스템이다. 심 실장은 “적정 공사비 확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건설현장의 안전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대형건설사가 진행하는 사업장은 낫다.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은 더 문제다. 올 1월 14일 충남 당진시 석문면 3억3000만 원 규모의 기계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철골조립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해당 근로자는 안전로프를 하지 않은 채 철골을 인양한 걸이를 해체하려다 몸의 중심을 잃고 추락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2728명이었다. 그중 공사금액 20억 원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1344명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또 추락에 의한 사망사고는 1389명으로 3∼10m 높이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가장 많았다.
소규모 현장에서 추락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도 비용 때문이다. 자금력 부족으로 공사업체가 작업발판을 아예 설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최돈흥 안전보건공단 부장은 “소규모 건설현장일수록 안전비용을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근로자들에게 안전장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0인 미만의 근로자가 일하는 사업장에서 안전모를 지급받아 본 적 없다고 응답한 근로자는 36.1%, 안전화는 45.7%, 안전대는 62.9%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