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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경제]“우리 영업점은 5등급(불량)입니다”

입력 | 2014-05-16 03:00:00


15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점포 벽에 붉은색 글씨로 금융감독원의 민원발생평가 결과 5등급을 받았다는 내용을 알리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유재동 기자

이번 주부터 일부 시중은행이나 보험, 증권사 점포에 낯선 공고문이 나붙었습니다. A4 용지 크기의 공고문 상단에는 ‘민원발생평가 결과 평가등급’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고 본문에는 크고 붉은 서체로 ‘5등급(불량)’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는 곳도 있습니다. 모두 고객 민원 건수와 해결 노력 등에 대한 금융감독원 평가에서 5단계 중 최하등급을 받은 금융사라는 뜻입니다.

민원발생 평가는 금감원이 10년 이상 해오던 일입니다. 하지만 평가등급을 영업점에 게시하도록 한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이번에 ‘불량’ 판정을 받은 국민·농협·SC은행, 롯데·신한카드, 알리안츠·에이스·우리아비바·ING·PCA생명, 롯데·ACE화재·AIG손해보험, 동부·동양증권, 친애·현대저축은행 등 금융사 17곳은 전국 3000여 점포와 각 회사 홈페이지에 3개월간 ‘불량 등급’을 공지해야 합니다.

낙제점 성적표를 벽에 붙이고 일을 해야 하는 금융사 직원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입니다. 불량 등급을 받은 한 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영업점에서 공고문을 보고 항의할 때마다 직원들이 해명하느라 진땀을 뺀다”며 “당국의 취지는 알겠지만 신뢰를 먹고사는 은행에 너무 가혹한 처사 아니냐”라고 했습니다. “꼴등을 한 학생에게 성적표를 가슴에 붙이고 다니라는 것과 다를 게 뭐냐. 금융당국이 ‘칼자루’만 쥐려고 한다”는 항변도 나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태도는 단호합니다. 이른바 ‘네임 앤드 셰임(Name & Shame)’, 즉 ‘망신주기’를 통해서라도 고객보호를 소홀히 한 회사에 경각심을 심어주겠다는 것입니다. 또 고객서비스 수준을 공개해 금융사끼리 경쟁을 유발하겠다는 목적도 있습니다. 금감원은 글자를 일부러 작게 만들거나 잘 안 보이는 곳에 게시하는 사례는 없는지 암행감찰도 할 계획입니다.

유재동·경제부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