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선원 15명 기소]
○ “움직일 수 없었다”는 건 거짓말로 드러나
수사 결과 세월호 선원들이 승객들을 살릴 수 있었던 기회는 최소 7차례나 있었다.
사고 발생 직후 조타실에는 선장 이 씨 등 선원들이 모여들었다. 오전 8시 58분. 이 씨 등은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힐링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배가 침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씨는 2항사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선내에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을 지시했으나 배가 침몰해가는 상황에 대해선 전혀 알리지 않았다.
선원들은 오전 9시 13분부터 10분 동안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하면서 주변에 유조선(둘라에이스호)이 와서 “승객들이 탈출하면 구조하겠다”고 한 것을 알았다. 하지만 선원들은 “움직일 수 없다” “선내 방송도 안 된다”고 거짓말을 하며 승객을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또 9시 24분과 25분 진도VTS로부터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워라” “선장이 판단해 인명 탈출시켜라”라는 지시를 들었으나 선원들은 “언제 해경이 도착하느냐”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선원들은 오전 9시 34분경 세월호의 침수한계선까지 물에 잠겨 전복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여객승무원 박지영 씨(사망) 등이 대피할지 등 추가 조치를 여러 차례 문의했는데도 아무 대답도 주지 않고 해경 구조선만 기다렸다.
오전 9시 39분. 기관부 선원 8명이 먼저 해경 구조선에 올라탔고, 7분 뒤 조타실에 있던 선장 등 7명도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구조됐다. 해경에게 ‘배 안에 승객들이 남아있으니 구조해달라’는 말조차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일부 선원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 구조 당시 근무복을 갈아입기도 했다.
○ 사실상 암묵적 모의 있었다
검찰은 51분 동안 선원들이 승객들의 상황을 확인하거나, 구호 방법조차 논의하지 않고 해경 구조선만 기다리고 있었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선원들은 여태까지 당시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진술하지 않고 “경황이 없었다”고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경황이 없었다는 말을 거짓으로 판단했다. 사고 발생 직후 선원들이 휴대전화를 가져와 선사인 청해진해운 관계자와 수차례 통화했고, 퇴선 무렵 상황이 촬영된 동영상 분석 결과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선원들은 해경 경비정 1척만 도착한 상황에서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려 갑판 위로 올라오게 하면 자신들이 먼저 구조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검찰은 이런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선원들끼리 ‘승객에게 퇴선 명령을 하지 않은 채 자신들이 퇴선하면 승객들이 선내에 갇혀 사망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