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마의 유일한 더비경주인 코리안더비가 올해부터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선 레이스로 진행된다. 2013년 코리안더비에서 우승한 경주마 스피디퍼스트. 사진제공|한국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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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비 매치’는 원래 경마용어였다. 18세기 영국의 경마대회에서 유래된 이 말은 스포츠에서 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라이벌전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이런 점으로 미뤄봐 모든 경마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더비 경주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켄터키 더비’가 대표적이다. 총상금 200만 달러를 놓고 북미 대륙 최고의 경주마들이 스피드를 겨루는 켄터키 더비는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2분’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또 500송이가 넘는 장미 화환을 우승 경주마에게 걸어주기 때문에 ‘장미를 향한 질주’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인들은 일생에 꼭 한번은 봐야할 3대 스포츠경기로 슈퍼볼(미식축구), 월드시리즈(야구)와 함께 이 켄터키 더비를 꼽는다. 2012년 전미 스포츠중계 시청률 순위에서 켄터키 더비는 9%로 전체 6위를 기록, 월드시리즈(7.2%)와 마스터스 골프(8%)를 제쳤다.
한국 경마에도 더비 경주가 있다. 18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제9경주로 치러지는 코리안 더비가 그것이다. 올해 17회를 맞은 코리안 더비는 총 상금 16억원이 걸린 삼관경주의 두 번째 관문이다. 또 국내에서 세 개 밖에 없는 G1(Grade 1)의 메이저 대회로서 서울과 부산경남을 대표하는 경주마들이 자존심 대결을 펼쳐 ‘경부선 더비’로도 불린다.
기부금은 한국마사회가 100% 출자해 만든 사회공익법인인 렛츠런재단에서 5000만원, 한국마사회 임직원들이 매달 급여 공제로 모으는 엔젤스펀드에서 3000만원을 출연한다. 나머지 2000만원은 코리안더비 전날인 17일에 열리는 ‘렛츠런 나눔음악회’에서 모금운동을 해 채운다. 마사회는 김범수, 휘성 등 인기 가수들이 출연하는 이번 음악회가 무료입장인 만큼 모금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마사회 최원일 홍보실장은 “일본이 1995년, 2011년 지진이 발생했을 때 복구자금 마련을 위해 경주를 시행하는 등 해외 경마에서는 자선 레이스를 자주 볼 수 있다”며 “한국 경마도 이번 코리안 더비를 계기로 자선 경주가 좀 더 활발하게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내년부터는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 등 모든 경마인이 참가할 수 있도록 행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