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듯… 추억의 청계천 오롯이
1950, 60년대 청계천변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서울 성동구 마장로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 5동의 판잣집으로 구성돼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옛 추억을 오롯이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오른쪽 사진은 구멍가게인 ‘광명상회’의 내부 모습.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장선희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용두역에서 내려 청계천변을 걷다보면 줄지어 서있는 아담한 판자촌이 눈에 들어온다. 1950, 60년대 서너 평 남짓한 좁은 방들이 수상가옥처럼 다닥다닥 길게 늘어서있던 청계천변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내부로 들어가니 당시의 생활상과 물품, 문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장식해 두었다. 장년층에게는 아련한 추억거리를, 젊은이들에게는 가난하지만 알콩달콩 살았던 옛 시절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판자촌은 구멍가게와 공부방을 비롯해 △추억의 교실 △음악다방 △연탄가게 등 네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광명상회’라는 낡은 철제간판이 내걸린 구멍가게로 들어서면 천장에 빨래집게로 걸어둔 조미료 ‘미원’과 주황색 라면 봉지부터 캔 분유, 불량식품까지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추억의 교실에 들어서면 ‘삐그덕’하는 낡은 나무 바닥이 관람객을 맞는다. 선생님이 앉아서 반주하던 오르간이나 조그마한 나무 책걸상이 옛 교실을 추억하게 만든다. 테마존 한편에는 ‘학창시절 체험’ 코너가 있어 교복을 입고 사진 촬영을 할 수도 있다. 그 옆에 ‘또리 만화방’과 문 앞에 리어카와 검은 연탄을 줄지어 세워놓은 ‘연탄가게’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판자촌을 다 둘러봤다면 바로 길 건너 맞은편에 있는 ‘청계천 문화관’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6·25전쟁 직후 가난했던 청계천변 사람들의 삶을 모형으로 연출했고 조선시대 이래 청계천변의 모습과 복개공사 현장을 비디오로 확인할 수 있다. 6월 1일까지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34점의 서울지도 속에 남아 있는 청계천의 변화상을 소개하는 기획전 ‘종이 위의 물길’도 열리고 있다. 무료. 문화관과 테마존은 모두 월요일 휴무. 02-2286-3410(문화관), 02-2290-6114(테마존)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