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 이동물체 인지능력 탁월… “눈 핵심부위 망막이 중요한 역할” 美 MIT 승현준연구팀 밝혀
야구 선수는 시속 150km 강속구의 움직임을 시각으로 순식간에 판단한다. 이렇게 움직이는 물체를 인지하는 데는 뇌뿐만 아니라 망막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동아일보DB
이처럼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는 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각 능력은 시신경에서 전달된 신호를 해석하는 뇌의 능력 차이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눈의 핵심 부위인 망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한국인 과학자가 주도한 연구에 의해 처음 밝혀졌다.
한국계 미국인인 승현준(서배스천 승)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뇌인지과학과 교수와 김진섭 박사 연구팀은 실험쥐의 ‘망막 커넥톰(연결지도)’을 구축해 그 결과를 최근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양극성 뉴런과 아마크린 세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승 교수가 개발한 ‘아이와이어(EyeWire)’ 게임을 이용했다. 아이와이어는 쥐의 망막 연결을 3차원(3D) 이미지로 규명하는 작업을 게임으로 개발한 것으로 이번 연구에는 2200명의 게이머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게이머들은 게임 속 망막의 단면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뉴런이 연결된 곳은 파란색, 아닌 곳은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식도를 분석한 결과, 양극성 뉴런의 한쪽은 아마크린 세포체의 수상돌기가 시작되는 부위와 연결돼 있지만 다른 쪽은 아마크린 세포체에서 먼 반대쪽에 연결돼 있었다. 이때 전자는 시간 지연을 두고 신호를 전달하는 반면, 후자는 즉시 신호를 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차를 두고 전달되는 신호를 시신경이 받아들이면서 망막이 움직이는 물체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승 교수는 “이번 연구로 망막 커넥톰 전체를 재구성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