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형남 논설위원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면 대화를 통한 핵 저지 전략은 물거품이 된다. 관련국 지도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앵무새처럼 되뇌던 ‘북핵 불용(不容)’이나 ‘평화적 해결’ 같은 수사(修辭)는 폐기 대상으로 변한다. 여러 차례 핵실험을 한 북한을 핵보유국이 아니라고 우기는 이상한 논리도 접어야 한다. 잠재적 핵보유국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강요할 근거도 사라진다. 여기저기서 핵무장론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자위 차원에서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국내에 반입하자는 주장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일본이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서도 비난할 수 없게 된다.
앉아서 그런 불행한 사태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은 박근혜 정부가 반드시 저지해야 할 도전이다. 정부는 “4차 핵실험이 임박했다” “언제라도 실시할 수 있는 단계”라며 앞장서서 경종을 울렸다. 초읽기에 몰렸으면 대책도 비상해야 한다.
그러나 김정은은 다르다. 집권 초기인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한 그가 불과 1년여 만에 또 핵실험 단추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는 헌법에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하고 핵무장과 경제발전을 병행하겠다며 이른바 ‘핵-경제 병진(竝進)’ 정책을 만들었다. 할아버지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아버지 김정일의 선군정책처럼 핵무장을 통치이념으로 굳힌 것이다. 김정은은 핵과 공동운명체가 됐다.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북핵 저지 카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울 방문이다. 시 주석은 2008년 3월 부주석 취임 이후 첫 방문국으로 북한을 선택해 김정일을 만났다. 국가주석이 된 그가 평양을 제치고 서울을 먼저 찾아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려 한다. 중국과 국제사회에 맞서 핵무장을 기도하는 북한 정권과 예전처럼 지내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아닌가.
시 주석의 방한 시기가 관건이다. 그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뒤 서울에 오면 뒤치다꺼리밖에 할 게 없다. 또다시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며 사후에 부산을 떨어봐야 김정은의 행보를 되돌릴 수는 없다. 중국이 미련을 갖고 있는 6자회담 재개도 먹히지 않게 된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시 주석의 방한 시기에 대해 한중이 협의 중이라며 “6∼9월경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달 말로 알려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 기간에 일정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또는 7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최대한 앞으로 당겨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