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야구장에 사람이 가득 들어차도 1만~3만 명이다. 결국 수십만~수백만 명 이상의 야구팬들은 TV나 모바일, DMB, 인터넷 등을 통해 야구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부터 방송사들의 시청률 전쟁이 시작된다. 한국의 스포츠 전문 케이블TV 4사는 매일 프로야구 4경기를 모두 생중계한다. 킬러 콘텐츠로서 프로야구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방송사들은 3연전마다 1순위부터 4순위까지 순서를 정해서 경기 선택권을 정한다. 물론 방송사마다 ‘관점’은 조금씩 다르겠으나 현직 스포츠방송사 PD의 입을 빌려 프로야구 시청률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 “뭐니 뭐니 해도 엘-롯-기”
방송사는 1순위를 쥐면 무조건 LG나 롯데, KIA 경기를 우선 선택한다. 이 3팀 중 2팀의 맞대결 카드가 나오면 거의 무조건 1순위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이 3팀의 팬이 많다는 것은 시청률이 증명해준다. 다만 LG, 롯데, KIA의 시청률은 성적에 따라 요동친다. 가령 암흑기를 탈출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 때 롯데야구는 시청률 보증수표였다. 지난 시즌은 전반기는 KIA, 후반기는 LG가 시청률의 톱이었다.
시청률은 성적보다 충성도로 결판나는 성향이 강하다. LG, 롯데, KIA가 우승 전력이 아님에도 TV 채널 선택권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부터가 그렇다. 성적이 좋은 삼성, 두산이 최하위팀 한화와 비슷한 시청률을 보이는 것도 그래서다. 한 방송사 PD는 “신생구단이지만 의외로 NC 시청률이 잘 나온다”고 말했다. 성적도 좋고, 화끈한 야구를 하면서 NC 팬들이 결집하고 있다는 정황증거다.
● “오래 한다고 시청률 높아지는 것 아니다”
흔히 3경기가 먼저 끝나고 1경기만 연장전에 돌입하면 시청률 대박이 터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이 PD는 “가령 광주 KIA 경기가 끝난 다음에, 대전의 한화 경기가 연장전에 들어가면 채널을 돌릴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폭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말한다. 첫째로 자기가 응원하는 팀 경기만 보면 드라마 등 다른 프로그램을 보는 쪽으로 빠져나가는 비율이 꽤 된다. 다른 경기보다는 스포츠채널들이 경기 직후 경쟁적으로 편성하고 있는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복기하는 팬들도 많아졌다. 둘째로 시청률은 케이블TV 기준으로만 집계하기에 인터넷이나 IPTV 같은 뉴미디어 시청자를 아직 포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박 시청률은 경기시간이 아니라 날씨가 좌우한다. 가령 비가 내려 3경기가 모조리 취소되고 1경기만 열릴 때, 시청률 대박이 터질 수 있다. 이런 날, ‘엘-롯-기’ 대결이라도 성사되면, 케이블에서는 1%만 넘어도 대박으로 치는데 2% 안팎 시청률을 바라볼 수 있다.
사진출처|스포츠동아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