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18]
“이런 후보에 투표합시다”
《 “가덕도냐, 밀양이냐.” 6·4지방선거에 출마한 부산시장 후보들은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대구시장 후보들은 밀양을 염두에 둔 남부권 신공항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지루했던 동남권 신공항 입지 논란이 이번 선거에서도 재연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은 대형 국책사업의 입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 권한이 없지만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왜곡된 현실이다. 한국정당학회 회장인 김용복 경남대 교수는 “중앙정부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을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을 가려내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예산 분배 문제까지 공약하면 허황된 공약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정치부는 박명호 동국대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 8명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자문을 바탕으로 ‘이런 후보를 뽑자’는 5대 제언을 준비했다. 동아일보는 한국정당학회와 함께 유권자들을 상대로 정책선거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매니페스토 기획을 다음 주부터 게재한다. 》
①개발보다 시민 생활 우선하는 후보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첫 번째 공약은 대부분 개발 공약들이다. 철도나 도로 확충, 대형 재개발 사업, 경제자유구역 지정, 대형 산업단지 유치와 같은 개발 공약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자체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장의 업무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밀착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명호 교수는 “명망가형 지자체장의 시대는 갔다”며 “모든 것을 다 해결한다고 허풍을 떠는 사람이 아니라 제한된 시간에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현실적인 리더십을 원한다”고 말했다.
②공약 재원 조달 방안 내놓는 후보전문가들은 ‘공약(空約)’을 가려내기 위해 공약마다 반드시 재원 마련 방안이 첨부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약 차원에서 ‘페이고(Pay-Go)’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 강지원 변호사는 “화려한 공약에 현혹되지 말고 반드시 재원을 어디서 조달할 것인지 확인해 ‘뻥 공약’을 잘 가려내야 한다”며 “대통령이 할 만한 선심성 공약을 멋대로 내놓는 지자체장을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③중앙정부 기대지 않는 자생력 갖춘 후보전문가들은 중앙정부를 파는 후보를 믿지 말라고 조언했다. 박형준 교수는 지방정부가 대학과 기업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산학협력체제를 만들어 최고의 자동차 산업도시를 만든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예로 들었다.
박 교수는 “지방정부가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만들면 중앙정부와 외부에서 돈을 끌어올 수 있다”며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아와 지역 발전을 시키겠다는 것은 사기”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도 “자신의 능력을 믿고 일하는 일꾼을 뽑아야지 중앙정부를 파는 후보는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④부패 척결 공약 제시하는 후보지자체는 각종 이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어느 자리보다 고도의 도덕성을 필요로 한다. 부패 전력이 있는 후보를 거르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부패 소지를 줄이는 구체적인 공약을 내건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헌 한국공공자치연구원 대표는 “소속 공무원이 부정부패에 연루될 경우 얼마 동안 스스로 직무를 정지하는 청렴서약과 같은 반부패 공약을 공포해 조직 내부에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준 교수는 “부패를 막기 위해 모든 행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⑤주민 갈등 조정할 설득력전문가들은 지자체장의 덕목으로 ‘정치력’을 많이 꼽았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지자체장은 선거 전에는 지역 주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더라도 선거가 끝나면 단 한 차례도 만나기 힘든 관료권위주의의 모습을 많이 보였다”며 “면대면,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해 주민 간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할 수 있는 설득형 리더십을 갖춘 후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정민 ditto@donga.com·배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