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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대표단 “기대 많이 하고 왔는데 얻은 건 별로 없어”

입력 | 2014-05-17 03:00:00

[세월호 참사/朴대통령, 유족들 면담]




손잡고 어깨 감싸안은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표단과 면담을 마친 뒤 배웅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많은 기대를 안고 왔는데 결과적으로 아쉽다.”

16일 청와대를 찾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표단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이렇게 평가했다. 대표단은 면담 후인 오후 5시 40분경 청와대 앞 분수대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표단은 “늦은 감이 있지만 면담을 할 수 있게 해준 대통령과 청와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긍정적 표현은 사실상 이게 전부였다. 어렵게 성사된 면담이라 유가족들의 기대가 컸지만 이번에도 정부의 호응은 이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여전히 크다는 것만 다시 확인됐다.

○ 진상 규명 방식에 온도 차

이날 면담은 오후 3시 50분부터 5시 30분까지 1시간 40분간 이뤄졌다. 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관련 특별법 제정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저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검경 수사를 하고 있는 것 외에도 진상규명을 하고 특검도 해야 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특검’에 공감을 표시함에 따라 국회에서 특검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표단이 요구한 추가적인 진상조사 방안에 대해 박 대통령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유가족들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진상조사기구가 이번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면담에서도 대표단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충분한 조사권이 주어져야 한다. (필요하면) 민간인에게도 수사권을 일시적으로 부여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박 대통령은 “과연 그런 방식이 효과적일까요?”라고 반문하며 “검찰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으니 수사 과정을 유족과 공유하고 유족 뜻이 반영되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세월호 사건 정치적 이용 막아 달라”

대표단은 구조 초기 해양경찰청의 부실한 대응과 해경에 대한 철저한 조사 등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유가족들의 추모비 건립 요청과 관련해 “추모비라든가 추모공원이라든가 많은 의견을 들었다”며 “유가족들께서 더 많은 의견을 달라”고 답했다. 또 박 대통령은 “4월 16일 세월호 사고가 있기 전과 그 후의 대한민국이 완전히 다른 나라로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또 대한민국이 새로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표단은 또 “여야가 세월호 사고를 자꾸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데 그런 것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돈벌이 수단으로 하려는 사람도 많다. 대통령께서 그런 것을 막아주고 여야 정치인들에게도 꼭 당부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대표단은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는 기관을 별도로 세워 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제가 앞장서서 대한민국이 부패나 기강 해이, 유착과 같은 이상한 고리를 끊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 유가족은 “아이들이 공부했던 교실에 가서 한 번이라도 ‘너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다. (너희들은) 영웅이다’라고 말씀해달라”고 요청했고, 박 대통령은 “알았다”고 답했다.

○ 매끄럽지 못한 면담 진행 과정

유가족들은 면담 진행 과정에서부터 불만이 적지 않았다. 면담은 전날 오후 주광덕 대통령정무비서관을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로 보내면서 추진됐다. 당초 주 비서관은 “면담을 비공개로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면담 추진이 성급하게 이뤄진 데 대해서는 “대통령의 일정상 보안 문제 등으로 불가피했다”며 유가족들의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오전 유가족들은 회의를 거쳐 가족대책위 임원진과 경기 안산시 단원고 반 대표까지 포함해 모두 17명의 대표단을 구성해 면담을 진행하되 언론에 공개할 것을 청와대에 요청했다. 이어 변호사도 면담에 함께 참여하기를 원했지만 청와대는 유족들을 만나는 자리라며 거절했다. 진행 과정부터 매끄럽지 않으면서 유가족들은 면담 내용에도 크게 호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면담 후 청와대와 유가족 측은 각자 대화 내용을 발표했다. 이어 청와대 측은 오후 8시 40분경 유가족 측의 양해를 얻어 전체 대화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가족대책위 법률자문을 맡은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박종운 변호사는 “앞으로 대통령과 유가족들이 다시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의했으면 좋겠다”면서 “며칠 후 담화에서 기대했던 답변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면담 도중 눈물을 흘렸고,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도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이재명 egija@donga.com·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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