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兪씨 소환 불응… 수사 장기화 조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과 계열사 사장 등 9명을 줄줄이 구속하면서 거침없이 진행돼 온 검찰 수사가 마지막 고비에서 벽에 부닥쳤다. 유 전 회장은 16일 출석하라는 검찰의 통보 자체를 무시한 채 공권력을 비웃었고 수사는 장기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16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유 전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설명 자료를 내놓았다.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회삿돈을 일가의 치부에 쓰면서도 세월호의 안전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는 점이 강조돼 있었다. 이례적으로 배포된 자료엔 검찰의 고민과 불안함이 묻어났다. 검찰 관계자는 “며칠간은 법 절차를 무시하는 ‘세모왕국’에 비난이 집중되겠지만, 곧 ‘그런 사람을 왜 못 잡느냐’고 검찰이 두들겨 맞을 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검찰은 피의자들에 대한 감청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 추적을 통해 위치를 파악해 왔다. 그러나 유 전 회장 일가는 수사 초기부터 휴대전화를 끄고 차명 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측근들의 해외 도피와 계열사들의 하드디스크 삭제 등 증거 인멸 행위도 수시로 벌어졌다. 결국 검찰은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유 전 회장이 경기 안성의 금수원에 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진행을 위해 법원이 발부한 구인장으로 유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일가가 모두 소환에 불응한 마당에 법원이라고 해서 유 전 회장이 나올 리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금수원 안팎에 몰려든 1000여 명의 신도가 가장 큰 난관이다. 16일에도 금수원 정문 주변엔 신도 400여 명이 포진해 있었다. 신도들은 “작은 힘이 모여 적진을 무너뜨릴 큰 힘이 된다. 죽을힘을 다해서 저항해야 한다. 여기서 죽음은 진짜 죽음을 의미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검찰은 당장 강제 진입을 하기보다는 유 전 회장이 영장심사에도 출석하지 않는다면 법원의 서류심사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뒤 체포에 나서는 방안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철옹성 같은 금수원을 많은 병력으로 뚫고 들어가기 위해선 마지막까지 보다 강한 명분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서 아직 지원 요청은 없지만 자체 검토 결과 금수원에 진입하려면 최소 2000명의 경찰관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수원의 출입문 4개를 봉쇄하더라도 산과 들을 포함해 워낙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도주로만 4, 5곳 된다. 유 전 회장의 소재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