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황금천·사회부
김광준 해양경찰청 기획조정관(치안감)을 포함해 본청에 근무하는 총경급 이상 간부 10여 명이 긴장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농해수위가 이날 세월호 침몰 사고 한 달째를 맞아 현안보고를 듣겠다며 김석균 해경청장을 불렀으나 김 청장이 사고 수습을 이유로 불참하자 대신 보고하기 위해 각종 자료를 싸들고 출석한 것.
이들 간부 중에는 수색구조과장과 기동방제과장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과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 제거를 맡아야 할 주무 과장들이다.
사고 현장을 떠난 간부들은 보름 동안 A4용지 5000여 장 분량의 답변 자료를 만들었으나 모두 헛수고가 됐다. 이날 낮 12시경 농해수위원장이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경청장이 불참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없다”며 산회를 선포했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에 다녀온 한 간부는 “우리(해경)가 맞을 매를 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실종자 가족들이 ‘내 아들과 딸을 빨리 찾아내라’고 절규하고 있는 만큼 수색작업이 마무리된 뒤 잘잘못을 따져도 되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시라도 수색 작업이 빨리 진행되기를 고대하는 실종자 가족들 입장에서 보면 현장 책임자들이 국회 현안보고를 이유로 장기간 자리를 비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팽목항 부두에서 시신이라도 찾기만을 고대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의 애끊는 심정을 정치권이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황금천·사회부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