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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방형남]베트남의 ‘태극기 효과’

입력 | 2014-05-17 03:00:00


베트남인들의 국기 사랑은 유별나다. 베트남을 여행하다 보면 도처에 국기가 펄럭여 현지인에게 “오늘이 국경일이냐”고 묻게 된다. 관공서와 대형 건물은 물론이고 농촌의 허름한 주택에도 대부분 국기가 걸려 있다. 최근 베트남 북부에서 경험한 ‘3대 풍경’은 끝없이 이어지는 논과 방사한 오리 떼, 그리고 베트남 국기였다.

▷베트남 국기는 붉은 바탕에 노란색의 큰 별 하나가 있는 단순한 형태다. 이름은 금성홍기(金星紅旗)다. 붉은색은 혁명의 피와 국가의 정신을 상징한다. 뿔 5개가 있는 별은 노동자 농민 지식인 청년 군인의 단결을 의미한다. 강대국 프랑스와 미국을 물리치고 통일을 이룬 역사와 사회주의 국가의 정신이 담겨 있다. 분단 시절 북베트남의 국기였으나 1975년 남베트남 패망 이후 통일국가의 국기로 채택됐다.

▷최근 베트남 반중(反中) 시위대가 외국 기업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태극기를 내건 한국 기업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자국기를 아끼는 베트남인들이 한국 국기를 존중해 자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이 베트남에서 쌓은 긍정적인 이미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총부리를 맞댔던 과거를 극복하고 친구 사이로 발전했다.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만 2만5000명이 넘는다.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한국은 사돈의 나라”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환대했다. 80여 개 한국 기업이 엉뚱하게 반중 시위대의 표적이 되기는 했지만 태극기 덕분에 다른 회사의 피해를 줄일 수 있어 다행이다.

▷반중 시위는 일회성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번 시위의 뿌리는 해묵은 베트남과 중국의 영토분쟁이다. 중국은 이달 초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 군도·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에 석유 시추 장비를 설치했다. 이후 양국 함정이 2차례나 충돌하면서 시위가 촉발됐다. 스프래틀리 군도도 분쟁 대상이다. 양국의 동향을 잘 살펴 우리 기업이 중국 기업으로 오인돼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 모든 한국 기업에 태극기와 베트남기를 나란히 게양해 사돈 국가임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면 어떨까.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