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이상하게 재미가 없더라. 웃고 있으면서도 어쩐지 흥이 안 나고.” 멤버 중 한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 너도?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러고 보니 다른 친구들 표정도 평소 같지 않았어…. 왜 그랬을까? 그리고 우리 둘 다, 잠깐 침묵했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 둘 다, 그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긴 뭐, 요즘 다들 그렇지 뭐.” 한참 후 친구가 먼저 입을 뗐다. “그렇지 뭐.” 내가 답했다. 그리고 어쩐지 우리 둘 다 우울해져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한참 후,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다 나쁜데, 이게 제일 나빠. 웃지도 못하게 하고, 아무도 힘들다는 소리조차 못하게 만든 것. 웃다가 욕하다가 힘들다고 진상 부리다 또 웃고, 그런 게 사는 건데.’ 두서없는 친구의 문자를 한참이나 보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잘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말했다. 인간은 서로의 불행을 털어놓으며 정을 쌓아가는 동물이라고. 자신의 삶에 눈곱만큼의 불만도 없는, 정말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 나는 지금껏 만나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모두 힘들다. 각자 다른 이유, 다른 크기의 불행을, 우리는 모두 갖고 있다. 그리고 털어놓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의 불행을. 그리고 또 듣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들의 불행을.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 너도 힘들구나, 우리 같이 힘내자. 서로를 위로하며, 걱정하며, 독려하며, 함께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된다. 그래서 나는 바라게 됐던 것 같다. 다음 만남에선 우리 모두 조금 더 작은 불행으로 투덜거릴 수 있기를. 그 다음 만남에선 더, 더 작은 불행으로, 그러다 어느 날은 정말 시시콜콜한 얘기들로만 투정 부릴 수 있기를. 그게 사실 행복이니까. 우리 모두가 아주 작은 일로도, 나 요즘 이런 것 때문에 힘들잖아, 투정 부리듯 볼멘소리를 하고 그러다 또 웃을 수 있는 내일. 그런 내일을 꿈꾸곤 했다.
강세형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