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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경제]17년만에 ‘슈퍼 엘니뇨’ 온다는데… 남몰래 웃는 비료회사들

입력 | 2014-05-19 03:00:00

기상이변으로 심각한 가뭄 초래… 작황 부진 대비한 비료 수요 늘어
벌써부터 주가도 ‘슈퍼 상승곡선’




정지영 기자

올여름 17년 만에 ‘슈퍼 엘니뇨’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에 비료회사들이 남몰래 웃고 있습니다. 기상이변과 비료회사,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해수면의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엘니뇨입니다. 해수면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고 그 기간이 1년 이상 지속되면 ‘슈퍼 엘니뇨’라고 부릅니다. 슈퍼 엘니뇨는 심각한 가뭄을 동반해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당연히 금융투자업계에는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하지만 그늘이 있으면 빛도 있기 마련이지요. ‘사양산업’ 취급을 받던 비료회사들은 요즘 남몰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경농 40%, 효성오앤비 36%, 남해화학 27%, KG케미칼 14% 등 대부분의 비료회사 주가가 ‘슈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비료회사들이 슈퍼 엘니뇨의 대표적 수혜주이기 때문입니다.

기상이변 때문에 농작물 작황이 나쁘면 이듬해에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농민들은 비료 주문량을 늘립니다. 수요가 늘면 비료 가격이 상승해 비료회사들의 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에 알 만한 투자자들은 미리 비료회사에 투자합니다. 비료의 대표 품목 가운데 하나인 인산수소이암모늄(DAP)은 벌써 조금씩 가격이 오르는 추세입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 비료 소비가 급속한 증가 추이를 보이는 데다 기상이변 등으로 세계 곡물 수급이 불안정해질 것으로 예상돼 많은 나라에서 농산물 생산량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올해 들어 나온 ‘통일 대박론’ 등도 비료업계에는 좋은 소식입니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의 한 해 비료 필요량은 150만 t 정도지만 생산량은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북 간 긴장이 풀리면 우리 정부가 북한에 비료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식량을 직접 지원할 경우 혜택이 주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을 수 있어 비료 지원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친환경 농산물 수요 증가 등으로 지난 몇 년 새 내리막길을 걷던 비료회사에 봄이 다시 찾아올지 주목할 만한 상황입니다.

정지영·경제부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