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16] 호남 ‘정치1번지’ 르포
“윤장현(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장 후보)이가 누군지를 몰라. 그리고 깃발(공천)만 꽂으면 무조건 당선될 거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광주를 우습게 아는 짓이제.”
5·18민주화운동 34주년인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앞에서 만난 김봉수 씨(49·회사원)는 광주시장 선거 전망을 묻자 전략공천의 문제점부터 지적했다. 김 씨는 “모든 일은 절차가 중요헌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당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거들었다. “광주를 허투로 보고 있당게.” “아, 3김(金) 시대도 아니고 안철수(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니고…. 뭔 21세기에 공천이 막대기 꽂듯 헐 수가 있냐고….”
광주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윤 후보와 다른 후보보다 ‘안철수’란 이름 석 자를 더 많이 거론했다. 새정치연합 광주시당 관계자는 “광주시장 선거는 안철수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절차를 명분 삼아 심판을 할 것인지, 아니면 못마땅하더라도 힘을 실어줄지를 판가름낼 것이란 얘기다.
광주의 유권자는 113만 명. 이 가운데 새정치연합 당원은 23만 명이다. 유권자 5명 중 1명이 새정치연합의 당원인 셈이다. 당원들이 전략공천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선거의 승패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광주시장 선거는 윤 후보와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무소속 강운태 이용섭 후보 간 3자 대결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농림부와 내무부 장관을 지낸 강 시장은 현직이란 점에서 조직력 등이 뛰어나고, 노무현 정부 때 2차례 장관(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장관)과 재선 국회의원을 한 이 후보는 인지도가 높다. 윤 후보는 정치 신인이라는 점이 단점이자 강점으로 꼽힌다. 50대 자영업자는 “그래도 인물 허면 강운태만 한 인물이 없다”고 했고, 익명을 요구한 한 택시운전사는 “이용섭이는 장관도 했고, 국회의원도 했다. 이용섭이 모르면 간첩”이라고 했다. 전남대 학생 배정현 씨(33)는 “윤 후보가 시민운동도 많이 하고 지역사회에 좋은 일을 많이 했는데 전략공천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팽팽하다. 15일자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19.4%)가 강 후보(21.7%), 이 후보(20.8%)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이 두 후보가 단일화를 성사시키느냐가 최대 변수로 지목된다.
반면에 윤 후보는 안 대표가 직접 광주를 찾아 전략공천에 대해 사과한 만큼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후보 측 이광이 대변인은 “광주시장 선거에 미래가 달렸다”며 “여기서 안 대표가 꺾이면 2017년 정권 창출도 어려워질 것이란 점을 광주 시민들은 잘 헤아려줄 것”이라고 했다.
광주=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