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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줄어든 가족들 “존재 잊혀질까 불안”

입력 | 2014-05-19 03:00:00

[세월호 참사/눈물의 팽목항]
남은 실종자 18명… ‘초조한 기다림’
한달 넘은 체육관 생활에 건강 악화… 19일부터 조립주택에 희망자 입주




“다음 달이면 선거도 있는데…. 거기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려 우리 조카가 발견되든 말든 관심을 안 가지게 되면, 그래서 수색도 소홀해지면 어쩌죠?”

세월호에 탔던 경기 안산 단원고생 조카를 33일째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기다리는 박모 씨(46·여)는 18일 텅 빈 체육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먼저 가족의 시신을 찾은 희생자 가족들이 떠난 데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대형 행사 등이 다가오면서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 “아직 가족을 찾지도 못했는데 잊혀지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진도 팽목항 실종자 가족 대기실 옆에는 이날 ‘월드컵이 되면 이 비극적 사건은 세인의 기억에서 잊혀져 갈 겁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아직 체육관과 팽목항에서 가족들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팽목항에서 일하는 한 자원봉사자는 “국민들이 세월호 사건과 수습되지 않은 실종자의 존재마저 잊을까 걱정된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자원봉사자마저 줄면서 실종자 가족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남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이날 “4월 20일에는 개인과 단체를 합쳐 2350명의 자원봉사자가 일했는데 오늘(18일)은 408명이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체육관에는 적막함만 감도는 가운데 실종자 가족 20여 명이 가족이 발견되기를 기다렸다. 먼저 가족을 찾은 이들의 흔적은 250여 장의 담요로 남았다. 자원봉사자 장길환 씨(49)는 “담요까지 치우면 너무 휑해 더 불안해 할까 봐 그대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자원봉사 중인 대한약사회 김희식 씨(53·여)는 “노숙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체육관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면역력이 많이 저하돼 구내염이나 대상포진을 앓는 실종자 가족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일교차가 커지면서 감기에 걸린 가족도 늘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설치한 이동식 조립주택에는 실종자 가족 일부가 19일부터 입주할 예정이다.

진도=권오혁 hyuk@donga.com·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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