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마당쓸기’ 프로그램 참가자 [잊지 못할 말 한마디]일감 스님(대한불교조계종 기획실장)
일감 스님(대한불교조계종 기획실장)
살면서 절집의 마당 쓸기는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아침 공양을 마치면 마당에 대빗자루를 하나씩 들고 마당을 쓴다. 벚나무 꽃잎이 바람에 흩뿌려진 마당은 차마 쓸기가 아까워 그냥 두고 보기도 하지만, 가을 낙엽을 쓸면서 듣는 소리는 그 자체로 명상이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마당에 그려지는 이런저런 빗자루 자국은 잠시잠깐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았다가 사라진다.
어려서부터 마당을 쓸 때도 나름대로의 법칙이 있다는 가르침을 받아왔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쓸 때면 옆으로 줄을 서서 순번대로 뒤로 가면서 쓸고, 혼자 쓸더라도 자국을 어지럽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마당을 빡빡 쓸어서 골이 패게 해서는 안 된다. 마당은 바람으로 쓸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질을 세게 해서 마당이 패면 비가 올 때 물길이 되어 마당을 갈라놓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사람의 마음도 갈라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마당을 쓸고 손질하는 것은 스님의 중요한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실제 복잡한 심사로 절집을 찾은 사람이라도 잘 정돈된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저절로 마음이 고르게 된다고도 한다.
프로그램 전체가 끝난 뒤 소감문을 받았다. 대체로 만족한다는 얘기가 많지만 뜻밖에 마음에 새겨야 할 말이 나왔다. 한 참가자의 소감문이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마당 쓸기의 가장 기본은 마당을 쓰는 일인데, 기본에 충실한 얘기를 해야지 온갖 미사여구를 더덕더덕 붙여 본질을 흐리게 하느냐는 ‘꾸중’이었다. 그러면서 그 참가자는 마지막에 “비질은 비질일 뿐”이라는 말을 남겼다. 뭔가를 잘못해 큰스님께 한 방망이를 얻어맞고 정신이 번쩍 든 기분이었다.
그 뒤로는 마당 쓸기 설명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설명 없이 빗자루를 나눠 주거나 어떨 때는 대충 말할 때도 있었다.
“마당을 쓸고 싶은 대로 쓰세요. 마당을 쓰는 자체에 집중하십시오. 하지만, 여러분이 남긴 빗자루 자국은 뒷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게도 하고 번뇌스럽게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마땅 쓸기의 요지만 간단하게 설명하게 됐다. 나의 친절함을 넘어 장황한 설명이 본질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는 말 한마디가 나를 돌아보게 한 것이다.
일감 스님(대한불교조계종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