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 평가받는 여성 리더의 자질도 남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철의 여인으로 불렸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의 대처로 불린다. 미국인도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의 대처이기를 바랐다. 힐러리는 2008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강행군 도중 “머리 손질을 누가 도와주느냐”는 질문에 “쉽지 않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 덕분에 지지율을 일시 만회하는 것 같았으나 대통령을 할 만큼 강인하지 않다는 인상을 줘 결국 패했다.
▷한국은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서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칭찬은 고사하고 ‘아이를 안 키워봐서’ ‘감정이 메마른 얼음공주여서’ 그렇다느니 비난받는 나라다. 죽음이 코앞에 다가와 있는 줄도 모르고 어른들의 잘못된 안내방송을 끝까지 믿고 기다리던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안타깝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그것도 여성 대통령이 공석에서 울지 않은 게 대단하다고 여겼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