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앞 교통안전, 해외선 어떻게]<2>‘춤추는 도시’ 佛 스트라스부르
○ 보행자의 천국
지난달 3일 오후 7시 스트라스부르의 클레베르 광장. 퇴근시간인데도 자동차를 찾아볼 수 없는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느릿느릿 걷는 노인과 유모차를 미는 여성이 눈에 띄었다. 깔깔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 거리 어느 곳에서도 조급함이나 긴장감은 보이지 않았다. 고딕식 노트르담 성당과 빨간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전차만 조심스럽게 느린 속도로 지나갔다. 이곳은 차량 통행이 금지된 보행자 전용도로였다.
스트라스부르는 1994년 노면전차를 도입했다. 그 대신 도심 중심부에서 자동차를 추방했다. 시내 중심가를 잇는 12.6km의 전차 철로를 개설한 뒤 도심 3km 안을 보행자 전용도로로 지정했다.
○ 스트라스부르 시가 잡은 ‘세 마리 토끼’
처음 시 당국이 차량 통행을 금지시켰을 때 도심권 상인들은 격렬히 반대했다. 불편과 함께 소득 감소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시는 상인들에게 15년 동안 수입 손실을 보전해 주면서 교통안전 문화를 정착시켰다. 지금은 보행자가 늘면서 상인들의 수입이 증가했다.
클레베르 광장에서 빵집을 14년 동안 운영해온 도나텔리 조세프 씨(41)는 “처음에는 모두가 반대했는데 지금은 교통사고 걱정도 없을 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늘었다”며 “경제가 불황이라는데 수입이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9년에는 스트라스부르의 상인조합장이 ‘정책에 반대한 것을 후회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시의 정책을 주민들이 믿고 따르면서 교통안전뿐만 아니라 상권 활성화까지 얻은 셈이다.
○ ‘차 사고’ 줄어들자 ‘자전거 사고’가 뉴스로
자동차가 사라지면서 당연히 사고도 감소했다. 1992년 스트라스부르에선 100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6명이 목숨을 잃고 1240명이 다쳤다. 노면전차를 도입한 1994년에는 914건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스트라스부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398건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부분이 자전거 때문에 발생한 가벼운 접촉사고다. 시 당국은 교통사고 건수를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 지역 일간지인 ‘DNA’에 최근 게재된 한 교통기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어제 오후 1시 반경 스트라스부르의 라자레길에서, 스쿠터를 몰던 한 청소년이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나오던 한 여성과 부딪쳤다. 15세 청소년과 38세 여성은 찰과상을 치료하기 위해 오트피에르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스트라스부르 취재에 동행한 삼성교통안전연구소 장택영 박사는 “스트라스부르는 시가 선제적이면서도 과감한 정책을 시도해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했다”며 “우리나라도 안전을 최우선에 놓고 보행자 중심으로 거리를 재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