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로 폭 유럽보다 넓어… 보행자에 돌려줄 부분 많아”
우리나라의 운전자는 갑자기 튀어나온 보행자를 욕한다. 하지만 선진국의 보행자는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차량의 운전자를 욕한다. 선진국은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 인사동과 신촌 연세로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선정돼 보행자 중심의 거리가 됐다. 연세로에는 자동차 소음 대신 젊은이들의 음악과 환호가 섞인 공연이 계속 열리고 있다. 차가 사라진 거리에는 사람들이 몰려 젊음이 숨쉬고 있다.
스트라스부르의 로난 골리아스 교통국장(44)은 “원래 거리는 ‘사람’의 것이지 ‘차’의 것이 아니다”라며 “선진국의 추세는 도심 속에 차를 줄여 교통사고의 원인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골리아스 국장은 과거 한국에 왔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스트라스부르는 도로 폭이 좁은 반면 한국은 도로 폭이 넓다. 그만큼 보행자에게 돌려줘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교통 도시정비네트워크 과학기술연구소(IFSTTAR)의 실방 라사르 선임연구원(64·사진)은 “차를 불편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진국은 ‘운전하기 어려운 도시’를 일부러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 역시 한국처럼 4차로 도로가 많은데 2차로로 줄이고 주차장을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라사르 선임연구원은 “4차로 도로가 많으면 차량의 속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그럼 ‘차’ 중심으로 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차가 중심이 되면 보행자는 그만큼 위축되고 안전 역시 위태롭다”고 지적했다. 결국 차가 불편하고 보행자가 편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스부르=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