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대국민 사과/각계 반응] ‘세월호 담화’ 전문가 지적
1. 진정성 담화 당일 출국, 국민에 직접 양해 구했어야
박 대통령은 참사 이후 사과를 4차례 했지만 유가족들과 야당은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해 왔다. 그동안의 대통령 발언은 자신보다는 내각과 선장, 해경의 책임 질타에 방점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19일 담화는 최종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진전된 발언이었고, 사과의 진정성도 느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이 과거 담화와 달리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장관들을 대동하지 않고 단출하게 홀로 단상에 오른 것도 그동안의 권위적인 모습을 탈피하고 국민에게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 본인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는 지적이 꽤 있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향후 국정 운영 스타일이 어떻게 달라질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포함해 청와대 재난 대응 체계는 어떻게 바뀔지 제시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또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담화 당일 해외로 나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불가피하게 꼭 가야 했다면 국민에게 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2. 안전대책 안행부 셀프개혁 부실 우려 외부의견 반영해
안전 체계 확립 방안과 관련해서는 언론의 지적을 수용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은 재난 컨트롤타워 설립이 필요하지만 공무원 자리 늘려주기가 아닌 현장 전문가들을 포진시켜 재난 구조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었다. 안전행정부가 ‘셀프 개혁’안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하게 지적했다.
반면 안전 대책이 지나치게 조직 개편에 치우쳤다는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UAE 방문 직후 개각을 포함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 방안에 대한 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3. 국가개조 청와대-내각 대대적 개편… 후속조치 내놔야
박 대통령은 16일 세월호 사고 가족 대책위원회와 만난 자리에서 “4월 16일 세월호 이전 대한민국과 그 후의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며 국가 대개조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담화 내용을 보면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없애기 위한 제도나 의식 개조 부분, 국가 재난 상황에 대한 전방위적 대책 등이 빠져 국가 대개조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면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개혁으로 가기에는 미흡해 보인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4. 인적개편 야당측과 소통 가능한 인사 적극 발탁을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거국중립내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을 포함한 여권에서도 내각 총사퇴 같은 대대적인 인적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인적 개편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변인을 통해 21일 UAE에서 귀국한 직후 총리 인선과 개각을 하겠다는 예고만 했다.
일각에서는 인적 개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 책임총리제나 만기친람 리더십에 대한 언론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리더십이나 인사 스타일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박원호 교수는 “이날 발표한 담화를 실현시키려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에 총리나 내각에 야당 출신 혹은 야당 측과 소통이 가능한 인사를 포진시켜야 한다”며 “인재 풀을 최대한 넓혀 최적의 인물로 인적 개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담화에서 귀국 후 야당 대표들과의 만남을 제안하거나 야당의 초당적인 협조를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모습이 곁들여졌으면 좋았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5. 진상조사 9·11 테러때의 美처럼 미래지향 논의 필요
박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요구한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도입, 특별법 제정을 수용했다. 유족들이 요구한 별도의 진상조사기구 설치와 관련해서는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제안해 일부 수용하기도 했다. 여론의 질타를 받는 청해진해운이나 선장에 대한 강한 처벌 방안도 제시했다.
진상조사위의 역할을 단순한 진상조사를 넘어 9·11테러 때 1년 8개월 동안 연구한 미국 의회의 사례처럼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논의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