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대국민 사과/현장 표정] 떨리는 목소리로 한명 한명 호명… 예상못한 감정폭발에 野도 놀라 朴대통령 2004년 총선때도 눈물… 당시 탄핵 역풍서 한나라당 구해
고개 숙인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던 도중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의사자’들의 이름 부르다 터져버린 눈물
“어린 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시키고 실종된 고 권혁규 군,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망한 고 정차웅 군,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고도 정작 본인은 돌아오지 못한 고 최덕하 군, 그리고 제자들을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고 남윤철, 최혜정 선생님….”
박 대통령의 목은 메어왔고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승무원 고 박지영, 김기웅 씨 이름을 읽어 내려갈 때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평소 ‘얼음공주’라고 불릴 정도로 감정 표현을 절제해 온 박 대통령이었기에 ‘대통령의 눈물’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박 대통령의 눈물에 야권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당초 담화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담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려 했으나 오후로 늦췄다. 대통령 눈물의 감성 코드를 잘못 건드릴 경우 역풍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야권 일각에선 “안산에서 흘린 눈물의 양만 해도 박 대통령의 눈물을 덮고도 넘친다”며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공개적인 언급은 자제했다. 김한길 대표는 오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눈물도 흘렸다고 한다. 국민이 진정성을 느끼지 않았겠는가”라고만 말했다.
○ 정치인의 눈물
박 대통령의 눈물은 2004년 탄핵 역풍을 맞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을 구한 경험이 있다. 그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서 정당 대표 TV 연설을 통해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던 것. 탄핵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은 50석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121석을 따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년 대선 당시 눈물도 감성을 뒤흔들었던 명장면으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팝가수 존 레넌의 곡 ‘이매진(Imagine)’을 배경으로 눈물을 떨어뜨리는 모습을 담은 TV 광고로 인간미를 부각시켰다.
역풍도 있었다. 2008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선후보 선정을 위한 당내 경선 도중 여러 차례 눈시울을 붉혔지만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를 만큼 강하지 않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고성호 sungho@donga.com·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