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통화에서 "사실 어제 대통령이 (김영란법을) 빨리 국회에 통과시켜달라고 당부했지만 국회에 지난해 7월에 넘어왔는데도 지금 통과가 안 돼서 이번 사건에 적용하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김영란법 원안을 대폭 수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은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정확한 명칭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이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없는 사람에게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크게 변질됐다는 것.
노 전 공동대표는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그냥 과태료 처분을 하기로 했다.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 과태료 처분으로 벌칙을 굉장히 약화시켰기 때문에 여야가 합의가 안 돼 국회에 지금 계류 중"이라며 "중요한 핵심부분을 빼놓고 솜방망이로 만들어 놨다. 박근혜정부에서 만든 박영란법"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작년 7월 국무회의를 거치며 김영란법은 원안에서 크게 후퇴한 채 국회로 넘어갔다. 초안에선 '직무관련성 여부를 막론하고' 공직자가 금품을 받은 경우엔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최종 정부안에선 '직무관련성'이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고 수정됐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는 김영란법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법안이라며 형사처벌에 반대해 관철시켰다.
노 전 공동대표는 이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법무부와 검찰의 주장 자체가 과잉방어논리"라며 "사실은 '100만원 정도의 돈은 그냥 인사차 받을 수 있는 걸로 해 달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노 전 공동대표는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해 "먼저 정부는 김영란법 원안을 훼손한 박영란법을 철회해야 되고 새누리당도 의지가 있다면 김영란법 원안을 새누리당 의원들 명의로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노 전 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충격적인 방법으로 민심수습용 대책을 내놓은 것이 아닌가(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허가 건물 하나 철거하는 데도 그렇게 급하게 처리하지는 않는다"며 "진상규명위원회 설치해서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원인을 밝혀내고 대책을 마련해서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불과 3주 만에 청와대 밀실에서 모든 대책을 만들어서 내놓는 것 자체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