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이란 여배우 레일라 하타미(42)가 지난 18일 레드카펫 행사에서 프랑스식 '뺨 키스'를 했다가 고국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하타미는 이날 개막식 행사에서 질 자콥 영화제 심사위원장(83)과 만나 양 볼을 차례로 부비며 '쪽' 소리를 내는 서양식 인사를 나눴다. 당시 TV중계 화면에는 동료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한국 여배우 전도연 씨의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이 장면이 이란에 공개되면서 하타미가 이란 여성의 순결에 모욕을 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프랑스24가 19일 보도했다.
호세인 노샤바디 이란 문화차관은 국영방송 IRIB 웹사이트에 "이란 여성은 순결과 순수의 상징"이라면서 "(하타미의) 부적절한 행위는 우리의 종교적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인 이란청년언론인클럽은 키스를 받은 것뿐 아니라 하타미가 자콥 위원장과 손을 잡은 것 역시 이란의 인습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질 자콥 심사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내가 하타미의 뺨에 입맞춤을 한 것은 한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이란 영화계 전체를 대표해 인사를 전한 것"이라며 "서구에선 일상적인 관습일 뿐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란의 유명한 영화인 가문에서 태어난 하타미는 2012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영화상을 수상한 아슈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별거'에서 여주인공을 맡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파리=전승훈 특파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