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에게 고액의 연봉을 지급하는 이유는 유능한 인사를 영입하고 동기부여를 강하게 해서 결과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내게 만들기 위해서다. 문제는 CEO의 고액 연봉이 이런 의도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고액 연봉이 인재 영입과 동기부여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면 고액 연봉은 부적절하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의 경제지인 포천이 2008년 발표한 500대 기업 CEO의 평균 연봉은 근로자 평균 임금의 185배에 달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등 공동연구진은 기존에 발표된 CEO의 연봉 관련 논문 33건을 토대로 CEO의 연봉이 기업 가치 제고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CEO의 연봉은 우수한 경영진을 영입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CEO의 채용 과정이 대부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CEO 채용의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들은 대부분 업무 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키, 체격, 목소리, 외모 등의 요소로 드러났다.
고액 연봉은 기업의 성과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언론에서 ‘올해의 경영자’ 등으로 지목된 스타 CEO의 연봉은 이전 해보다 평균 44%나 늘었다. 반면 여론의 주목을 크게 받지 않은 CEO의 연봉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3년간 이들의 연봉에는 상당한 격차가 발생했다. 그러나 스타 CEO 기업의 3년 뒤 주가는 여론의 주목을 크게 받지 않은 CEO가 운영하는 기업의 주가보다 15∼26%나 뒤처졌다. CEO의 고액 연봉은 기업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고액 연봉은 CEO에게 단기간에 커다란 실적을 내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준다. CEO는 단기성과에 집착해서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부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