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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결단’ 고집 말고 다함께 풀어가야

입력 | 2014-05-21 03:00:00

[대통령 대국민담화 이후]
인적쇄신만으론 불충분… 朴대통령 국정스타일도 달라질 필요




#1 지난해 5월 14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첫 월례회동을 가졌다. 당시 박 대통령은 “국가지도자연석회의는 대선 기간 약속을 했고 그동안 많은 분들과 얘기를 나눴다”며 “이제는 확정지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가지도자연석회의는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이 제안한 초당적 국정협의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연석회의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내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연석회의가 더 필요했지만 청와대는 왜 추진하지 않는지 공식적으로 설명한 적이 없다.

#2 20일 청와대는 전날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야당이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국무총리 산하가 아닌 청와대에 둬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자료였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재난컨트롤타워가 되면 국가안보와 재난관리 분야로 업무가 분산돼 집중력이 떨어지고, 총리가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는 헌법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리보다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실질적으로 내각을 지휘한다는 점에서 논리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취임 초나 집권 2년 차나 국회와 거리를 두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과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분기점에 선 박 대통령이 스스로의 리더십을 점검해봐야 할 시점이다. 여권에서는 여러 현안을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경청과 공론 과정을 거쳐 권한과 책임을 나누는 ‘공유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 여당에서도 당청 관계 재정립 목소리 커

야당만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당(黨)-청(靑)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20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그동안 여당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수행하는 거수기 역할만 해왔다는 지적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며 “여당이 국정 운영 전반에 관해 청와대에 건의할 수 있고, 대통령도 여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한 의원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의원이 사실상 전무하다”며 “국정 운영 쇄신을 위해 의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당의 이런 요구는 6·4지방선거 이후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 인적 쇄신 통해 공유 리더십 보여줘야

세월호 참사가 정부 불신으로 이어진 데는 대통령의 지시는 많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행된 것은 별로 없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작은 것까지 세세하게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 리더십과 무관치 않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는 대통령이 모든 걸 나서서 다하고 총리와 장관 등 국무위원은 따라가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준다”며 “국무위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국정을 맡겨야 진정한 의미의 인적 쇄신이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한 뒤 ‘인사 포비아(공포증)’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사에 뜸을 들이는 ‘인사 지체’가 심했다. 하지만 19일 아랍에미리트(UAE) 출국에 앞서 “21일 귀국 후 총리 후임을 발표하겠다”고 밝히는 등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료나 법조인을 선호하는 인선 스타일도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번 총리 인선과 개각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가 개조의 첫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국가안전처에 앞서 청와대부터 확 바꿔야

박 대통령은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신설될) 국가안전처를 공직사회를 변화시키는 시범 부처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가안전처를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사업)’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가 개조를 선언한 마당에 국가안전처가 제 모양을 갖추고 공직사회에서 신선한 변화를 주도하기까지는 기다려야 할 시간이 너무 길다. 청와대가 신속히 소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불신이 가중되던 이달 1일 대통령국가안보실이 낸 A4용지 한 장짜리 참고자료는 청와대가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해양경찰청의 해상사고 매뉴얼에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로 명시돼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자료였다. 지난해 8월 법이 바뀌어 재난 컨트롤타워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바뀌었다며 해경이 매뉴얼을 수정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국민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대통령만 의식한 데서 나온 어이없는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대통령 한 사람만 움직이고 전체적 국가관리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줬다”며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과 터놓고 소통하면서 국정 운영의 아이디어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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