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재… 유족-자승스님 등 5000여명 참석
“사랑하는 아들 ○○야. 사고 난 날 팽목항에 도착했을 때 엄마가 우리 아들은 수영을 잘하기 때문에 분명히 헤엄쳐 나올 거라며 우는데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가슴이 아팠다. 다음 생에는 엄마 아빠가 아닌 더 좋은 부모 만나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미안하다.”
20일 오후 서울 조계사 대웅전 마당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재에서 유족 대표 제삼열 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자 곳곳에서 흐느낌이 나왔다.
이날 추모재는 대한불교 조계종이 주최했다. 조계종 의례위원장인 인묵 스님의 희생자들의 넋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천도의식과 헌화, 무용가 김성순의 진혼무, 선정 스님의 화청(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 등으로 진행됐다.
시민 길상심 씨(63)는 “사고 이후 뉴스를 볼 때마다 속상해 우는 것 외에는 자식 같은 희생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며 “이승에서 못다 핀 삶, 다음 생에는 꽃 맘껏 필 수 있길 빈다”며 울먹였다.
추모재는 공연과 중앙승가대 학인 스님 30명의 108배, 조계사 주변을 도는 제등행진으로 마무리 됐다.
조계종은 “세월호 참사 49일째인 6월 3일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위령재를 열자는 의견이 있어 논의 중에 있다”며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위로와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템플 스테이 등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추모재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유족 30여 명을 비롯해 불교신도와 시민 등 50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