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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長 비리 폭로 대가로 2억 요구

입력 | 2014-05-21 03:00:00

[지방선거 D-14]
상대 비방 기사 써달라며 검은돈… 선거사범 4년전보다 26% 늘어




경남 거제시청 공무원 A 씨(58)는 1월 9일 한 거제시장 예비후보에게 ‘은밀한 제안’을 했다. 현직 시장이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불법 정치자금 2억 원을 받았다는 구체적 정보를 제공할 테니 2억 원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A 씨는 두 달에 걸쳐 네 번이나 거듭 제안을 받아들이길 재촉하다가 경남선거관리위원회에 꼬리가 잡혀 구속 기소됐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선거 개입, 흑색선전, 금품수수 등 각종 선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오세인 검사장)는 6·4지방선거 후보자 마감일인 16일까지 선거사범 1197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같은 기간(951명)보다 25.8% 늘어난 수치다.

공무원 선거 개입 사범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33명이었지만 이번 선거엔 59명으로 늘었다. 주로 현직 시장 군수 등의 재선을 도우려 불법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사례다. 광주시청 대변인인 B 씨(59)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부하 직원과 짜고 시 예산을 동원해 강운태 시장에게 불리한 기사를 인터넷에서 밀어내는 ‘바이럴 마케팅’을 수십 차례에 걸쳐 펼치다 검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포털 사이트와 연계된 영세 인터넷언론사에 홍보비를 주고 현직 시장에게 유리한 기사를 쓰게 해 부정적인 기사 검색 순위를 뒤로 밀리게 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했다. 서울 강남의 한 업체에 검색어 삭제 1건당 10만∼15만 원씩 주는 조건으로 현직 시장에게 불리한 검색어를 지워달라고 의뢰하기도 했다.

예비후보들의 약점을 잡아 협박한 사례도 있었다. C 씨는 1월 21일 전남 여수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지인에게 “당신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입 다무는 대가로 1억 원을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8일 동안 20차례에 걸쳐 협박했다가 철창신세를 졌다. 경북 청도군수 예비후보 D 씨(75)는 3월 중순 상대 후보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써달라며 주간지 기자에게 5100만 원을 건넸다가 검찰에 덜미가 잡혀 구속됐다.

대검 공안부는 20일 전국 18개 지검 선거전담 부장검사 화상회의를 열고 22일 시작되는 선거운동에 대비해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가기로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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