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수 기자
홍정수 기자
19일 오후 7시경 전북 고창 고인돌휴게소.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경찰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한 입장 표명에 앞서 실종자 가족들과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안산에서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내려가던 중이었다. 그때 안산단원서 정보보안과 직원 2명이 뒤따르다가 얼굴을 알아본 유족들에게 들켰다. 이들은 유족들이 “경찰 아니냐?”고 묻자 처음에는 “아니다”라고 발뺌하다가 30여 분이 지나서 신분을 밝히고 사과했다. 이에 분노한 일부 유족은 진도행을 포기하고, 차를 돌려 안산 합동분향소로 돌아왔다. 그러곤 이날 밤 12시, 대기하던 유족 50여 명과 함께 ‘경찰의 사찰 의혹’에 대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모였다. 분향소 앞에는 해당 경찰 2명과 담당 정보보안과장, 구장회 안산단원경찰서장, 최동해 경기지방경찰청장까지 모습을 보였다.
“불법 사찰이 맞나, 아닌가”(유족). “아닙니다. 유족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돕기 위해 갔던 겁니다.”(정보관) “처음에 왜 경찰이 아니라고 했나?”(유족) “그때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했습니다. 신분을 밝히면 유족들이 너무 격앙하실 것 같아서….”(정보관) “정말 그런 내용들뿐이었다면 관련된 정보보고 내용을 공개해 달라.”(유족) “그건 어렵습니다. 국회에서도 공개하지 않습니다.”(단원경찰서장)
일부 유족은 욕설과 고함을 질렀지만 특별한 돌출행동은 없었다. 유족들은 경찰 간부들을 만나기 전 내부적으로 “폭력은 절대 사용하지 말자. 일단 해명을 듣고 한 명씩 손을 들고 침착하게 말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반면 “우린 경찰이 아니다”라며 거짓말을 하다가 지방경찰청장까지 줄줄이 사과하는 경찰의 모습은 슬픔을 삼키며 의연함을 보여준 유족과는 극과 극이었다. 한 달 넘게 단원고와 분향소 일대의 치안유지와 교통안내, 정보파악 등 활동을 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유족들과의 긴밀한 협조라인조차 만들지 못한 경찰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홍정수·사회부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