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 경기 안산 단원고의 24세 새내기 교사 최혜정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였다. “죽어도 학생들과 죽겠다.” 학생부장 박육근 선생님은 제자들을 구하러 가며 외쳤다. “아이들한테 구명조끼를 입혀야 해요.”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에 이어 3대째 교단에 선 전수영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남긴 마지막 글이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학생들부터 챙긴 교사들은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거나 아직도 세월호 속에 갇혀 있다.
단원고 수학여행을 인솔한 교사 14명 가운데 11명이 희생됐다. 승객들을 놓아두고 먼저 달아나기에 바빴던 선장 등 선박직 승무원은 100% 생존율을 보였다. 교사의 생존율(21%)은 일반인(69%) 학생(23%)에 비해서도 가장 낮았다. 선생님들은 탈출하기 쉬운 5층에 방이 있었지만 배가 기울자 제자들이 있는 3, 4층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대부분 배 아래쪽에서 발견됐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깊은 절망에 빠졌던 우리는 단원고 교사들의 숭고한 죽음 앞에서 다시 희망을 본다. 그날 선실 속에서 “선생님들도 다 괜찮은 건가”라고 걱정했던 착한 학생들처럼, 선생님들은 평소에도 아낌없이 사랑을 베푼 천사들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탈출할 수 있었는데도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줬고, “대피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며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 애썼다. 선원들은 승객들을 버렸지만 선생님들만은 끝까지 제자들을 지켜준 것이다. 단원고에 상주하는 안순억 장학사는 “이들은 특별한 사람들이라기보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학교, 평범한 교사들이었다”며 “위기의 순간에 ‘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마저 놓아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