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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 8명이 ‘교피아’… 방통위원은 방송사 사장으로

입력 | 2014-05-22 03:00:00

[정부위원회-외청 관피아 분석]
부처 포함 차관급 前官만 20명, “정부에 로비… 재원 배분 왜곡”
與 “전체 명단 파악해 대책마련”… 현직들 강제 퇴직 방법없어 고심




퇴직 고위 관료 734명이 산하 기관이나 공기업, 유관협회에 재취업해 대한민국을 주무르고 있는 실태가 정부의 공식 통계로 낱낱이 드러났다. 이들은 퇴직 이후에도 공적(公的) 성격이 강한 관련 기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17개 부(部) 출신 488명이 관련 기관 임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비롯해 6개 정부위원회와 3개 처(處), 18개 외청(外廳)에서도 246명이 산하 협회 등에 흩어져 있었다. 4급 이상 관료 중 직간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사기업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는 인사도 198명이나 됐다.

17개 부 출신 1차 집계 명단(본보 12일자 A1·4·5면 참조) 중 차관급 퇴직자 13명 외에도 추가로 7명의 차관급이 관련 기관장으로 재취업했다. 차관급인 방송통신위원회 신용섭 전 상임위원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전 상임위원은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 대표로, 김호준 전 상임위원은 북한인권시민연합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김영후 전 병무청장은 한국방위산업진흥회 교육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기상청장 출신으로는 정순갑 전 청장이 한국기상기후아카데미에, 전병성 전 청장이 경북대 대기원격탐사연구소에, 조석준 전 청장이 (사)개방형융합미디어산업진흥협회에 재취업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고위직일수록 부처에 미치는 전관으로서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며 “그들이 공공의 이익이 아닌 기관의 이해에 함몰될 경우 국익에 심각한 해악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 고위 공무원 출신 중에는 대학 총장으로 재취업한 경우가 많았다. 위덕대 조선이공대 국제대 동강대 대경대 송원대 동명대 우석대 등 8개 대학 총장이 교육부 관료 출신이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일부 대학 중에는 관료를 총장으로 영입한 뒤 교육부에 다양한 방식으로 로비를 해 정부의 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다”며 “관료 출신이 대학에 재취업하는 것은 건전한 대학 구조조정에도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조속히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새누리당 정책위는 정부부처로부터 ‘관피아(관료+마피아)’ 명단을 넘겨받아 그들이 어떤 기관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파악할 방침이다. 유착 우려가 있는 곳부터 칼을 댈 예정이다.

다만 임기가 보장된 관피아들의 퇴직을 강제할 방안이 없는 데다 그들이 갑자기 빠질 경우 해당 기관의 업무 공백도 클 수밖에 없어 고심하고 있다. 또 공무원의 재취업을 지나치게 막을 경우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21일 통화에서 “관피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정년을 채우고 퇴직할 수 있는 방안과 사기업의 정년 연장 추세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근본적인 문제까지 해결하는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현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관피아의 문제는 국회의 반부패법 제정이나 사법기관의 엄정한 수사 등 비정상의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관가를 둘러싼 비리는 내부고발이 없으면 드러나기 어려운 만큼 내부고발자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훈 sunshade@donga.com·최창봉 기자

[알려왔습니다]

본보 5월 22일자 A6면 ‘대학총장 8명이 교피아…방통위원은 방송사 사장으로’ 제목의 기사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문경란 전 상임위원은 서울시 인권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문 위원장 측은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산하기관이 아니며, 위원장은 무보수 봉사직이어서 ‘관피아’와 무관하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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