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심판들. 스포츠동아DB
목동구장 연이틀 오심 논란 속
심판들 심적 부담 커 강경대응
기술적·심리적으로 재정비해야
19일 3-1로 넥센 승리, 20일 9-7로 한화 승리. 두 경기 모두 내내 1∼2점차 살얼음판 스코어가 이어졌다. 마지막 타자가 아웃되는 순간까지 누구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승부. 양 팀 4번타자는 차례로 대형 멀티홈런과 결정적인 그랜드슬램을 터트려 승리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 모든 땀방울이 오심 논란에 묻혔다. 이틀간 목동구장 홈과 3루와 1루에서 연속으로 오심과 석연찮은 판정이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감독이 격렬하게 항의하다 퇴장까지 당했다. 이긴 쪽이 웃을 수도, 진 쪽이 울 수도 없는 촌극. 결국 프로야구 심판들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 오심은 경기의 일부? 어느 선까지 용인될까
흔히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들 한다. 많은 야구 관계자들이 “야구라는 게임 자체의 묘미가 떨어진다”는 논리를 앞세워 비디오판독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심은 어느 범위까지 경기의 ‘일부’로 용인될 수 있을까. 해설위원 A는 “심판을 사람으로 본다면 그 어떤 오심도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여져야 하고, 기계의 힘을 빌려서라도 정확한 판정이 먼저라면 그쪽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일”이라며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니다. 메이저리그가 찾은 해답은 비디오판독이었고, 일본프로야구는 아직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회요강에 따르면, 심판위원이 경기 중 판정과 관련해 제재를 받는 경우는 단 두 가지다. ▲야구규칙 적용을 잘못했을 때(경고, 제재금 30만원 이하)와 ▲심한 오심이 거듭될 때(경고, 제재금 50만원 이하, 출장정지 10게임 이하)다. 19일 홈에서 오심을 한 이영재 심판위원에게는 엄중 경고와 함께 제재금 50만원이 부과됐다. 그러나 해설위원 C는 “아무리 베테랑 심판이라도 실수는 한다. 룰을 잘못 적용한 게 아니라면 오심 자체에 대한 징계는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해결책? “오심에 대한 부담 버리고 좋은 위치를 잡아라”
올 시즌은 특히 오심 논란이 잦다. 심판의 권위도 바닥까지 떨어졌다.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방법은 단 하나. 오심을 최소화하는 것밖에 없다. 해설위원들과 야구관계자들은 이를 위해 “심판들 스스로 부담감과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심판은 특정 구단 소속이 아니다. 잘못했을 때 감싸줄 팬이 없다. 해설위원 C는 “결국은 심판들이 ‘우리 편’에게 원치 않는 피해를 입혔다는 것 때문에 비난을 받는 것 아닌가. 자기편은 없고 온 사방에서 손가락질을 하니 점점 위축되고 더 안 좋은 상황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논란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심판들의 심리적 공황상태도 깊어진다. 구단관계자 D는 “타격감이 떨어진 선수에게 ‘못 친다, 못 친다’ 하면 더 힘이 들어가고 꼬이지 않나. 심판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E도 “오심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팬들은 물론 선수들도 판정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것 같다. 심판들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해서 더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심판들이 “우리도 힘들다”며 푸념만 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실수’도 반복되면 ‘잘못’이 된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해설위원 C는 “심판들이 상황을 정확하게 보려면 일단 제대로 된 자리부터 잡는 게 먼저”라며 “어떻게 해야 최선의 위치에서 최고의 판정을 할 수 있을지 심판들 스스로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화 김응룡 감독 역시 19일 홈에서의 오심에 불만을 표하면서 “심판의 위치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구단관계자 D는 “심판들이 비디오판독 도입을 반대하지만, 그 문제를 다시 공론화시키는 건 결국 심판들”이라며 “심판들도 실수를 줄이기 위해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재정비를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