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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식 기자의 뫔길]가슴에 손 얹고 양심의 법정에 서자

입력 | 2014-05-23 03:00:00


“최고의 마지막 법정은 양심입니다.”

21일 대구대교구에서 만난 한 중견 신부는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규정된 제도와 법률에 앞서 인간이 양심에 맞게 판단하고 행동했다면 대형 참사는 막을 수도 있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그는 신학생 시절 받은 교육의 일부를 소개했다. “전쟁 중에 퇴각하다 다리를 폭파해야 아군 수백 명이 사는 상황입니다. 하필 그때 아기를 업은 엄마가 다리를 건너옵니다. 다리를 폭파해야 합니까, 그대로 둬야 합니까.”(신부) “글쎄요?”(기자)

이 신부는 빙그레 웃다 답은 “엄마와 아기를 구하라”라고 했다. 이 사례에는 두 가지 가르침이 있었다. 첫째는 생명의 문제에 관여할 때에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우선적으로 직시하라는 것이다. 나중 상황을 따져 눈앞의 생명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또 하나는 아이와 엄마, 수백 명이라는 식으로 은연중에 생명을 저울질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다.

종교계가 세월호 참사 이후 추모와 자숙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 동화사의 후임 주지 선출 문제가 그렇다. 전임 주지와 주지 임명권을 지닌 방장 스님 측의 대립으로 시작된 갈등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계속돼 왔다. 전임 주지는 불명예스럽게 물러날 수 없다면서 스님들의 뜻을 묻자며 총회 개최를 주장한 반면, 방장 스님 측은 전임 주지의 수행자로서의 자질 문제를 거론하며 맞서 왔다. 용주사 주지 선출 문제도 심상치 않다.

이처럼 대한불교조계종의 본사 주지 선출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사중 스님들의 의견이 수렴돼 후임 주지가 자연스럽게 추대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 정도다. 본사 주지와 국회격인 중앙종회 의원을 뽑는 선거철이 되면 스님들이 속한 문중과 중앙종회의 계파 대결 등 다양한 이유로 갈등이 벌어진다.

개신교 역시 후임 목사를 둘러싼 교회 분열과 교회 세습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인도 아닌 종교인이라면 누구보다도 양심의 법정에 겸허하게 서야 한다. 국상(國喪)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요즘 염불보다 잿밥 싸움에 몰두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겠나.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